등산객 간 떨어지게 하는 '등산 개'

양승주 기자 2017. 10. 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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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맞닥뜨린 '개 공포']
견주들 활동량 많은 대형견 운동시킨다며 등산로에 풀어놔
등산객 "피할 곳 없는 산길에서 시베리안 허스키 달려와 기겁.. 배변 안치워 밟고 넘어지기도"
무리 지어 다니는 들개도 위협적

대학생 강지혜(25)씨는 지난달 말 청계산 등산 중 목줄을 하지 않은 개 한 마리를 만났다. 입가에 털이 덥수룩한 개는 크지 않았지만, 사납게 짖었다. 놀라 뒷걸음질치다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주인인 듯한 남성은 멀찍이 서서 "이리 와"라고 할 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강씨는 "등산하다 이런 개를 만나면 돌아갈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반려견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아파트 같은 주거지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산이나 공원 등에서도 반려견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이런 곳에선 견주(犬主) 상당수가 "반려견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며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다.

등산 진입로는 개 차지… 사람은 귀퉁이로 - 한 등산객이 2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서 목줄 없이 풀어 놓은 개를 피해 길 가장자리로 걷고 있다. 좁고 경사가 가파른 산길에서 이런 개들이 돌발행동을 할 경우 인명피해가 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견주들이 평소보다 목줄을 짧게 쥐고, 다른 등산객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비켜서주는 예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장련성 객원기자

직장인 송모(29)씨는 지난주 자전거를 타고 서울 반포 한강공원을 찾았다가 자전거 앞으로 갑자기 뛰어든 작은 반려견 때문에 넘어져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송씨는 "집 근처라 공원을 자주 찾는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개는 사람보다 작은데 속도는 빨라 피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산에 데려오는 개는 활동량이 많은 대형견이 많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사는 김정미(64)씨는 최근 집 근처 봉산에 오르다가 목줄이 풀린 회색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를 봤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뛰어와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에 기겁했다. 개주인은 한참 후에 헉헉대며 뛰어왔다. 김씨는 "주인이 개 속도를 따라잡지도 못하는데, 목줄을 풀어 놓으면 어떡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간혹 반려견이 싼 배설물 때문에 미끄러졌다는 사람도 있다. 반려견에게 나무 밑에 배변하게 한 다음 낙엽으로 살짝 덮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다. 서울 근교에선 자전거를 타고 개를 뒤따라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와 자전거가 엉켜 사고 위험이 있다.

견주들은 "개들을 충분히 산책시킬 만한 곳이 적다 보니 산에 데려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형견인 도베르만을 기르는 한 견주는 "평소 산책이라고 해봤자 집 앞 도로를 걷는 것이 전부라 개의 왕성한 활동량을 채워주기 어렵다"며 "한 시간가량 등산하고 나면 나나 개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견주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산에 가서 잠깐 개를 풀어주곤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아예 산에 데려가지도 못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산에선 들개가 출몰해 등산객 안전을 위협한다. 서울 구기동에 사는 전은진(41)씨는 최근 딸(12)과 함께 북한산에 갔다가 비봉 매표소 부근에서 개 너덧 마리가 떼 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몸 길이가 1m쯤 되는 큰 개들이었다. 목에는 개줄을 한 흔적이 없었고, 주변엔 개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뒤돌아 도망치면 개가 따라올까 봐 제자리에서 10분 이상 서 있었다"며 "산짐승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56)씨는 지난달 관악산에 갔다가 최소 15㎏은 돼 보이는 커다란 들개와 마주쳤다. 김씨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다가 개가 잠시 한눈 파는 틈에 황급히 몸을 돌려 산을 내려왔다. 김씨는 "그때 본 들개는 말 그대로 산짐승 같았다. 지금도 살기 띤 개의 눈빛을 떠올리면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했다.

서울 시내에 사는 들개는 대부분 버려진 반려견이 산으로 들어가 여러 대를 거치며 번식해 생겨난 것이다. 사람 손을 탄 흔적이 있고, 대부분 작은 유기견과 달리 들개는 덩치가 크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 또 두세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들개는 사람을 보면 피하는 습성이 있어 바로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좁은 산길에서 갑작스럽게 개를 맞닥뜨릴 경우 급히 피하려다 다치기 쉽다.

서울시는 도심 야산에 서식하는 들개 수를 160마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들개 116마리를 포획해 63마리를 살처분했다. 하지만 머리가 좋아 쉽게 잡히지 않고, 번식도 빠르다 보니 개체 수가 줄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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