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대던 검찰 수사 바꾼 '결정타'..숨 가빴던 한 주
[앵커]
태블릿PC 보도 이전과 이후, 가장 급변한 것은 검찰 수사였습니다. 그전까지 머뭇거리는 듯 보였던 검찰은 보도가 나간 뒤 사흘 뒤인 10월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습니다. 이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압수수색 등이 잇따라 이뤄졌습니다. 사건을 푸는 가장 중요한 단서들이 모두 이때 입수된 것입니다. 태블릿PC 보도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수사 상황은 사실 전체 수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결국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까지 이어졌습니다. 검찰 취재기자와 함께 당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심수미 기자, 기업들의 미르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 등이 고발된 것이 9월 29일 작년에. 그러니까 태블릿PC가 보도되기 거의 한달 전 쯤…그 때 였습니다. 사건 배당이 늦어지면서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죠?
[기자]
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이 접수되고 6일 만인 10월 5일, 사건을 형사8부로 배당했습니다.
통상 고발사건의 경우 하루 이틀이면 배당이 되는데, 주말과 개천절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그만큼 검찰 수뇌부에서 사건에 대해 고민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때 또 한가지 문제가 된 것이, 주요 재벌기업과 전경련, 심지어 청와대까지 연루된 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이 사실은 상례인데 일반 형사부에 배당하지 않았었습니까? 그때.
[기자]
네, 단순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맡는 형사8부에 배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에는 올해처럼 국정감사 시즌이어서 법무부와 검찰 국감에서 야당이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에서 거센 비판과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배당된 지 약 2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검찰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당시 재단과 관련해 압수수색은 왜 안하느냐, 임의제출 형식으로라도 관련 자료 확보한 게 있느냐, 그밖에 어떤 수사 진척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시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은 "바늘허리에 실을 끼울 순 없잖습니까, 바늘귀에 실을 끼워야지"라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준이 아니라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앵커]
저희가 최순실 씨가 연설문을 수정하고 있다라는 것. 그걸 보도한 것이 그 전이 었습니다. 그러니까 태블릿PC 보도 전이 었죠. 바로 심수미 기자가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 보도가 나온 이후, 즉 연설문을 수정을 한다고 보도가 나온 이후에 검찰이 일부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10월 19일 저녁에 저희 JTBC가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다는 보도를 했고요, 검찰은 이튿날(20일) 처음으로 문체부 공무원을 시작으로,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을 소환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한 발 빨랐습니다. 검찰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관련자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던 걸로 보이는데요.
지금 보시는 화면이 김필승 전 K스포츠재단 이사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10월 22일, 안종범 당시 정책조정수석 측으로부터 받은 문건을 재구성해본 겁니다.
불과 십수 시간 전에 검찰이 조사한 정 전 이사장이 진술 내용이 담겨있고요, 또 "검찰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애매한 사항엔 기억 안난다, 잘 모른다고 말하라"는 가이드라인도 적혀있었습니다.
[앵커]
그리고 태블릿PC 보도를 한 이후 수사가 본격화 된 거죠. 이 때부터 진술을 번복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게 된 인물들도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10월 24일 오전에 검찰에 처음으로 출석해서 "최순실 모른다, 고영태도 누군지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 JTBC가 태블릿PC 보도를 하면서 형사 8부에는 특수부 검사 3명이 투입돼 '특별수사팀'으로 확대됐고, 26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입니다. 바로 그 다음 날인 27일에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가 발족됐습니다.
이후에 박 과장 뿐아니라, 전경련 또 재단 관계자 등이 앞선 수사에서는 두려워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라면서 사실 관계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어찌됐건 당시 수사팀 검사들은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 상태로 특검에 넘겼는데, 검사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던가요.
[기자]
수사팀에 있던 한 부장검사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후 만났습니다.
그의 기억에 10월 24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고 합니다.
24일 오전에 사무실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이슈를 내놓는 걸 보고, 정치 승부사라는 생각과 함께 관련 수사가 더이상 나아가기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직 대통령 앞에서 정치 상황을 주시하며 미적대던 검찰도 저희 보도 이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셈입니다.
[앵커]
그 검사는 그러면 태블릿PC 보도가 나간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했다는 얘기는 안합니까?
[기자]
저희 보도에 매우 고마운 생각을 가졌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앵커]
태블릿PC 보도가 나간 그 주에 검찰이 거의 매일 압수수색을 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때 사실은 이 사건 전체를 좌우 할 수 있는 증거물들이 압수가 됐던 거죠.
[기자]
아까 검찰 관계자의 말을 재인용하자면, 일단 '바늘귀에 실을 끼운' 검찰은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특히 10월 29일, 당시 모두 현직이었던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김종 문체부 2차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요.
이날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 전 비서관 휴대폰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국정농단 수사는 사실상 실패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정 전 비서관은 예전에 아내에게 처분해달라고 맡겼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압수해가자, "정말 눈앞이 노래졌다" "압수수색이 끝나고 아내를 붙잡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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