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 실체는 여론 공작"..국정원TF 조사결과 내용은
국정원, 보수단체와 기업 연결 '매칭' 사업
[앵커]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정치부 이희정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 소문만 무성하던 사건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군요.
[기자]
네, 2009년 4월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때인데요.
당시 국정원의 한 간부가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해라"라며 시계 사건을 다루도록 언급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도 이번에 조사가 됐습니까.
[기자]
네, 국정원 TF는 지난 7월에 이인규 전 부장을 접촉했는데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얘기는 결국 이 과정에 개입한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적폐청산 TF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은 밝혀낼 수 없는 것인데 다만 사실무근이다, 라는 식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결국 국정원이 검찰에 망신주기용으로 언론에 흘려달라고 요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이 되고, 이인규 부장은 과거에 모두 국정원의 공작이었다고 말했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검찰을 떠난 직후인 2015년에 논두렁 시계는 사실이 아니며, 국정원의 여론 공작이었다고 말을 했고 이 내용이 경향신문에 보도된 일이 있습니다. 이후로는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요.
결국 국정원 측이 꾸민 일이고 이 내용이 실제로 언론플레이에 이용됐다는 건 사실상 확인이 된 셈입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면 실제로 이인규 부장에게 부탁한 직후에 방송에서 보도를 했다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는 "언론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해서 동정 여론을 차단하겠다"는 보고가 올라갔고 승인됐습니다.
실제로 국정원이 언론사 간부를 접촉했는데요, 4월에 국정원 직원이 KBS 보도국장을 만나서 '국정원 수사 기획 의혹'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조 명목조로 200만 원을 줬다는 게 TF의 조사 결과입니다.
[앵커]
국가기관 방송의 보도국장이 200만 원 받고 보도를 안 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한데, 아무튼 그 내용이 오늘 나왔습니다. 그 당시 보도국장이 지금 사장인 고대영 씨라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에 국정원 돈 200만 원을 받았다는 게 바로 고대영 현 KBS 사장입니다. TF는 돈을 받고 기사를 빼줬다는 것이어서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후에 SBS 사장도 만나서 노 전 대통령 수사 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SBS는 5월 13일에 노 전 대통령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단독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정원의 청탁으로 인한 기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마는, 당시 정황으로보면 국정원이 검찰 측에 시계와 관련된 언론플레이를 주문했고, 또 SBS 사장을 만났는데 SBS가 실제로 이 보도를 한 것입니다.
[앵커]
여기서 보도국장이 아니라 사장이네요? 당시 SBS 사장이 누구였는지 확인이 됐습니까?
[기자]
네, 오늘 개혁위가 이 부분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았는데요. 저희가 국정원에 확인한 결과 하금열 사장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금열 사장은 2년 뒤인 2011년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앵커]
이명박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도록 대기업을 연결해준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죠?
[기자]
네, 당시 국정원은 보수단체와 기업을 이어주는 이른바 매칭사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에는 매칭대상이 기존 공기업에서 전경련과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18개 보수단체와 17개 기업 간 매칭 성사로 당시 약 32억여 원 규모의 지원이 추진 중이란 사실이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보수단체들은 "국정감사 등에 노출되면 시비소지가 있어서 공기업이 지원을 꺼리는 만큼 국정원이 강하게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보수단체들이 국정원에 돈댈 곳을 마련해달라고 사실상 요구한 셈이군요. 그런데 돈 주는 액수도 사실상 국정원이 정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정원이 돈받는 단체들의 등급도 매겼는데요.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를 S급, 미디어워치 등 5개 단체를 그 밑인 A급, 국민행동 등 4개를 B급으로 청하는 등 체계적으로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국정원이 돈줄을 이어주고 등급까지 매겼기 때문에 돈받는 단체들로서는 국정원 말을 적극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등급이 내려갈까봐 걱정될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액수가 줄어들었을테고요. 오늘 발표 중에는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등 다른 내용들도 여럿 있었죠?
[기자]
개혁위는 해킹 프로그램 RCS 수집서버를 검증한 결과 국정원이 테러나 국제범죄 등과 연계된 약 200여 명의 PC와 휴대전화를 점거해 자료를 모았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사찰목적으로 당시 의혹이 있었던 내국인을 점거한 사실은 없었고, 북한이나 테러, 국제범죄 연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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