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시위 단체에 보조금 왜 주냐" 김기춘 격분

손현성 입력 2017. 10. 20. 04:42 수정 2017. 10. 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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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청와대 2인자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종북' '좌파'세력으로 간주하는 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 규정이 완화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격분한 사실이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서 확인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4년 3월 28일자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문건을 보면,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불법시위에 참여하는 단체들한테도 국가 지원금을 줘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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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캐비닛 문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청와대 2인자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종북’ ‘좌파’세력으로 간주하는 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 규정이 완화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격분한 사실이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서 확인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4년 3월 28일자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문건을 보면,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불법시위에 참여하는 단체들한테도 국가 지원금을 줘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민간단체ㆍ기관에 국가 보조금 지원 절차를 담은 ‘201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그해 1월 작성ㆍ기획재정부)을 콕 집었다.

김 전 실장은 “예전에는 중앙관서장이 국가보조금 지원을 제한해야 하는 대상에 ‘불법시위를 주최ㆍ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라고 규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금년(2014년) 지침에는 ‘적극 참여한 단체’ 부분이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금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확인 결과, 보조금 집행 지침에 ‘불법시위’ 관련 단체 지원 제한 규정이 들어간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도 집행 지침에서 ‘적극 참여한 단체’ 문구가 실제로 빠졌다. 김 전 실장 지시가 있었는지 실수비 회의 결과 문건에는 ‘(현재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하지만 2015년도 집행 지침 등에 보조금 제한 대상인 불법시위단체 부분에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조금 제한 대상이 많다는 국회 의견을 수용해 ‘적극 참여한 단체’ 문구를 뺀 것”이라며 “지원 대상 확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의 바통을 넘겨 받은 이병기 전 실장 재직 당시 청와대는 2년 전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종북세력 척결’ 계기로 삼고 좌편향 단체ㆍ조합에 대한 정부 보조금 차단 계획을 세운 것도 확인됐다. 정무수석실이 2015년 3월 7일 작성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을 보면 종북생태계 척결 방안으로 보조금 차단이 주요 안으로 기재돼 있다. 블랙리스트 인사 배제 사안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부위원회, 공공기관 임원, 심사위원 배제’ ‘산하단체 취업 근절’ 등 방안도 더해졌다. 조윤선 전 장관이 정무수석일 때 나온 이 계획안에는 ‘국민소통비서관을 중심으로 관련 비서관 협업(팀 구성 : 정무ㆍ소통ㆍ행자ㆍ치안)으로 지속 추진’이란 문구가 적혔다. 그해 3월 25일자 실수비 문건에 ‘보조금 상당 부분이 좌파세력에 의해 점유된 바, 민정ㆍ정무ㆍ교문수석은 전체적으로 면밀히 스크린하라’는 지시내용도 있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mailto: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mailto: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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