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문재인 정부의 세 바퀴 성장론

박종성 논설위원 2017. 10. 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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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고 있다. 장미 대선으로 집권한 정부가 어느덧 단풍시즌을 맞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정부의 성공 여부는 임기 초에 상당부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정부는 보수언론을 비롯한 언론에 각을 세우다 집권 초기를 보냈고,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파동과 4대강으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시간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 박근혜 정부의 474공약 가운데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다. 그렇게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흘러간 것이다.

이 기간 국가경제를 끌고 온 동력은 이기심을 버리고 고통을 감내한 시민들의 헌신이었다.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기업은 경쟁력을 키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혁신은 정체됐고 경쟁력은 다시 떨어졌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혁신의 관료화’다. ‘창조적 파괴’의 혁신은 사라지고 현실에 안주해 이를 관리하는 수준에 만족하면서 역동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저성장의 늪이 작금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해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의 3대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세워놓았다. 정부의 목표는 소방·사회복지·교사·경찰 등 공공부문 일자리 17만4000개를 포함한 공공일자리 81만개, 민간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50만개 등 131만개이다. 청년백수가 지천인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이해도 된다. 그러나 공공일자리 81만개의 지속가능성은 의문이 든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평균 21.8%를 넘는 데 반해 한국은 7.6%에 불과하다”며 “충분이 늘릴 여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별 공공부문 일자리 기준과 일자리의 유연성이 다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늘어난 공공인력을 줄이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는 플레이어가 아닌 지휘자의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을 꺼냈다. 이는 대기업·수출기업 중심 성장정책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대기업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 등 아래로 자연스레 흘러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성장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가계의 주머니에 많은 돈이 들어가도록 하는 정책을 입안했다. 최저임금 인상, 사회복지예산 증액, 통신요금 인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들이다. 이를 통해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투자가 늘며 이는 다시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당연하다. 하나 이는 분배정책에 가깝다. 단기적인 효과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서둘러 들고나온 것은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4차산업을 혁신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유사하다거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것이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소유권’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4차산업을 통한 성장은 지난 대선에서 각당에서 모두 제안한 바 있는 정책이다. 정작 아쉬운 부분은 혁신성장 정책의 구체성과 확장성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말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 혁신성장이 4차산업에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확장된 혁신성장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넓히고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개혁에는 모두의 고통분담과 협조가 필요하다.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분배에 기여하지 못한 기업과 기득권의 동참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정부는 노동자의 복지를 위한 대책의 과감한 추진과 함께 고임금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개혁에 성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추진 과정이 일방통행이 되지 않도록 소통채널을 열어두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3개의 바퀴를 돌려 사람 중심의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한다. 정부는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다. 우왕좌왕하다 정권 초기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헛바퀴만 돌리다 끝난 정권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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