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법조인] 신기술 이용료 분쟁서 대형로펌 잇달아 꺾은 오현성 변호사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한규현)는 건축자재 제조업체 A사가 창호업체 E사를 상대로 약정금을 청구한 소송 항소심에서 “E사는 A사에 이자 포함 1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지난 9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1심이 인정한 9억여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A사는 2002년 D사와 함께 단열 3중유리 시공 등 창호 관련 발명에 대한 권리(실용신안권)를 얻었다. 두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특허를 등록하고 정부로부터 신기술지정도 받았다. 또 2005년 매출액의 5%를 받는 조건으로 E사가 특허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2년 제3의 업체가 낸 소송으로 특허 일부가 취소되자 A사는 실용신안권을 넘긴 원 발명자를 상대로 초과지급된 기술 이용대가(실시료)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는 한편 나머지 특허 관련 지분을 원 발명자에게 넘겨주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특허권이 송사에 휘말리기 전까지 E사가 A사에 지급해야할 기술 이용 대가였다. A사는 E사가 신기술을 이용해왔으니 계약대로 9억7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2년 소송을 냈다.
A사를 대리해 1·2심 모두 승리를 이끌어 낸 법무법인 광평의 오현성 변호사(36·사법연수원40기)는 “E사는 자산 규모가 2000억원을 넘는 상장사인 반면 A사는 자산 400억 규모의 비상장 법인”이라면서 “의뢰인과 대리인 모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고 되짚었다.
E사는 1심에서 화우, 2심에서 광장 등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을 차례로 선임했다. E사는 대형 로펌의 조력을 받아가며 “A사 등이 권리를 갖고 있는 신기술은 이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E사는 A사로부터 신기술이 적용된 3중유리를 공급받아 공사현장에 이용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시공현장에 따라 기술의 구체적인 적용 방법이나 활용 형태는 바뀌기 마련인 건설신기술 보호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 효과를 봤다”면서 “공사를 담당하거나 기술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A사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며 실체를 파악하는데 공들이고, 법정 공방에서 펼친 프리젠테이션 역시 의뢰인과 공동으로 진행하며 손발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재판은 A사, E사 쌍방 모두 이달 10일 상고하며 대법원까지 이어가게 됐다. 오 변호사는 “E사 측이 약정금 지급을 막기 위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본다”면서 “3심에서 어느 대리인이 상대로 나서든 A사의 권익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나온 오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11년부터 변호사의 길을 걸어왔다. 올해 7년차 변호사다. 2013년 광평을 설립해 조성재(47·연수원36기)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소송 결과를 떠나 의뢰인과 스스로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싶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어떤 변호사가 최선일까 늘 고민한다”면서 “직접 맡는 것보다 다른 변호사가 맡는 게 의뢰인에게 더 좋겠다 싶어 사건을 수임하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오토바이끼리 들이받은 교통사고와 관련해 중앙선을 넘은 가해자의 변호를 맡아 “피해자도 규정 속도의 2배 이상 과속한 상황에서 과실책임 100%를 가해자에게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쳐 대법원에서 사건을 뒤집은 적도 있다. 사기 피해자가 피해 복구를 위해 민사소송을 냈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하급심에서 연패한 사건에서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
오 변호사는 “권리를 나누거나 빼앗는 건 씁쓸하지 않느냐”면서 “방어보다는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맡을 때 보람을 느낀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도 의지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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