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 문구 삭제..가위질당한 '군 광주사태 체험수기'
[앵커]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에서는 광주 사태라고 불렀죠. 그들의 표현대로 하자면 광주사태 체험 수기…이게 대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고쳤다는 것인가…그건 한 걸음 더 들어가 봐야 될 문제이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지은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이들이 얘기하는 광주사태 체험수기, 이게 정확히 뭔가요.
[기자]
육군본부가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의 그 당시 수기를 정리한 겁니다. 1985년과 88년에 작성된 것인데요, 군 내부 자료로 갖고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1988년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되면 수기 내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보안사 511분석반이 내용을 뜯어고치도록 한 겁니다.
[앵커]
511분석반이라는 건 물론 자신들이 이름을 붙였겠지만 왜 511인지는 취재가 됐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5월 11일 청문회를 앞두고 5월 11일 공식적으로 이 분석반을 만들었다는 취지에서,
[앵커]
아, 청문회는 연말에 있었는데 분석반을 만든 건 5월 11일에 만들었다?
[기자]
물론, 그 전에 활동들은 하고 있었는데 공식 모임이 그 날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발포명령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고쳐라, 이런 게 앞 리포트에 나왔던 내용이고요, 또 어떤 부분을 바꾸라고 했습니까.
[기자]
네. 과잉진압이나 사격 시기, 사망자 수 등과 관련한 것들은 수정 조치를 취했고, 과도한 진압이 있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수기는 아예 통째로 빼버렸습니다.
[앵커]
수정이 아니라 아예 그냥 통째로 빼버린 사례가 꽤 있단 얘기죠. 과잉진압에 대한 부분부터 하나씩 살펴보죠.
[기자]
당시 11공수여단 인사참모였던 권모 중령의 수기입니다. '다음 작전을 고려해서 초기진압 단계에서 강력하게 대항했다' 이렇게 문제점으로 지적돼 있습니다.
이걸 '초기 작전부터 의도적인 과잉진압으로 인식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통보해서 부분 수정했다' 이렇게 나옵니다.
[앵커]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보면 될 것 같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위에 보시면은 '문제점이 어떻고 이거에 대한 원인이 이런 거고 조치를 이렇게 해라'라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앵커]
과잉진압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수정을 하게 한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5월20일은, 19일의 과잉진압으로 시민 반응이 좋지 않아서 오후부터 적극적 진압지시'라고 된 부분 역시 '과잉진압 관련설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본인에게 통보를 해서 재작성하게 하라'는 조치가 내려집니다.
[앵커]
그러니까 하나하나 전부 이렇게 신경 써서 빌미가 될 만한 건 다 고쳤다 이렇게밖에 해석이 안 되는 것 같군요. 지금 수정된 권 중령의 20여 장짜리 수기를 확보해서 본 거잖아요. 빼라고 한 내용은 역시나 빠진 그대로 국회에 제출 됐을 테고.
[기자]
이 내용이 이제 수정된 권 중령의 20여 장짜리 수기를 확보를 해서 봤더니 역시나 이런 내용들은 다 빠져 있었습니다.
[앵커]
국회에서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은 모두 빼라고 한 것 같은데,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당시 3공수여단 15대대장의 수기를 보면, '화염방사기 깨스 분출구와 공포사격 실시'. 이거는 사격 시기와 관련돼서 논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역시 재작성하라는 부분들이 있고요.
또 다른 부분 추가로 보겠습니다. '폭도들의 허위첩보에 의해서 오인 사격'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군의 위신을 추락시킬 수 있음으로 이 역시 재작성 하라고 한 겁니다.
[앵커]
수기를 고치라고 한 게 아니라 아예 제출 대상에서 빼버린 것도 있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내용입니까. 여태까지 얘기한 건 수정한 거고.
[기자]
네. 당시 31사단 군수처 선임하사의 수기를 보겠습니다.
5월 18일 19일간의 7공수 진압 작전이 오늘에 이르는 문제를 발생하게 한 동기다' 이렇게 썼습니다. 이는 과잉진압의 근거가 된다는 이유로 제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또 하나를 보면 31사단 군수참모 역시 수기에서 '일부 선량한 시민과 다방 출입자도 데모 군중으로 오인…'이 역시 제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앵커]
조금 아까 잠깐 지나버리고 말았지만 자기 자신도 초기 진압작전이 너무 과잉되고 너무 강했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들어가잖아요. 그건 아예 통째로 빼게 해버린 그런 상황이고. 반대로 신군부에 유리한 내용은 적극 활용하라는 부분도 보이죠?
[기자]
네. 당시 3공수여단 16대대장이 쓴 수기를 보겠습니다. 전남대 정문과 후문에 '2만~3만 명의 군중이 있었고 군중 속에서 간혹 카빈총을 쏘아대곤 했다' 이렇게 썼습니다.
이는 '반증자료로 활용하라' 그러니까 신군부 입장에서 정당방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근거로 쓰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나 저것은 실제로 집단 발포가 이뤄진 다음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서 군중속에서 카빈총이 발사됐다는 것은 오히려 군중 쪽에서 정당방위로 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인데, 그걸 거꾸로 자신들한테 유리하게 썼을 가능성. 이게 지금 이 문서에서 보인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요.
[기자]
사실상 최초의 진상규명이었던 1988년 청문회에서 이런 자료들이 제출 됐기 때문에 사실 이런 자료의 진위 여부를 먼저 확인을 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바로 이걸 진위 여부 부터 따진 다음에 진상 조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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