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89) 신기술 이용료 분쟁서 화우·광장 차례로 꺾은 소형로펌 광평

정준영 기자 2017. 10.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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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이용 대가를 두고 업체끼리 맞붙은 소송에서 소형로펌 광평이 대형 로펌 화우, 광장을 차례로 꺾고 1·2심 모두 승소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동오, 임철근, 이창우, 여현동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홈페이지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한규현)는 건축자재 제조업체 A사가 창호업체 E사를 상대로 약정금을 청구한 소송 항소심에서 “E사는 A사에 이자 포함 1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1심이 인정한 지급청구액 9억여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2016년 말 기준 A사의 자산총액은 403억원이며 , E사는 2261억 규모다.

A사는 2002년 D사와 함께 단열 3중유리 시공 등 창호 관련 발명에 대한 권리(실용신안권)를 얻었다. 두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특허를 등록하고 정부로부터 신기술지정을 받았다. 이후 2005년 E사와 매출액의 5%를 실시료(이용대가)로 받는 조건으로 특허기술 이용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2년 제3의 업체가 낸 소송으로 특허 일부가 취소되자 A사는 실용신안권을 넘긴 원 발명자를 상대로 초과지급한 기술 실시료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면서 나머지 특허 관련 지분을 원 발명자에게 넘겨주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특허권이 송사에 휘말리기 전까지 E사가 A사에 지급해야할 기술 이용 대가였다. A사는 E사가 신기술을 이용했으니 계약대로 9억7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2년 소송을 냈다.

◆ “기술 이용한 적 없다” 맞섰지만 화우, 광장 잇달아 패

E사는 1심에서 화우, 2심에서 광장 등 국내 대형 로펌을 차례로 선임했으나 연이어 패소했다.

1심을 맡은 화우는 지식재산권 그룹의 홍동오(50·사법연수원26기)·임철근(40·연수원34기) 파트너 변호사, 이창우(45·연수원38기)·여현동(36·변호사시험1회) 변호사를 투입했다. 홍 변호사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다시 전자공학도의 길을 걸은 이력으로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이 변호사, 여 변호사는 변리사 출신이다.

(왼쪽부터) 김운호, 여인범, 김민욱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홈페이지

화우는 “E사는 A사 등이 권리를 갖고 있던 신기술을 이용한 적이 없다”면서 실시료 지급 의무를 부인했다. 또 “신기술은 3중유리와 이를 창틀에 조립·설치하는 공법이라는 2가지로 이뤄져 있고, E사는 A사로부터 구입한 3중유리를 자사 기술로 제작한 창틀에 조립·설치해 왔다”면서 “3중유리 관련 특허는 효력을 잃었고, 조립·설치는 특별한 기술을 필요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화우는 “E사가 맺은 실시료 계약은 당시 원 발명자가 재직하던 D사가 납품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맺은 형식적인 것일 뿐 실제 성격은 기술이용 대가가 아니다”, “3중유리 특허가 미완성 발명이라는 이유로 무효가 된 만큼 신기술 역시 미완의 것이어서, 실시료 계약이 애시당초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E사가 A사로부터 신기술이 적용된 3중유리를 공급받아 판매하거나 공사현장에 설치한 이상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A사 손을 들어줬다. 또 “실시료 계약이 형식상 체결된 것이라거나, 애시당초 이행할 수 없던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E사 측 나머지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E사가 신기술 활용실적을 관련 협회에 신고하고 A사 측에 실시료를 산정해 통지한 점 등이 고려됐다.

1심에서 고배를 마신 E사는 2심 대리인을 광장으로 변경했다. 광장은 지식재산권을 주로 다뤄온 김운호(48·연수원23기), 여인범(35·연수원43기), 김민욱(35·변시5회) 변호사를 투입했다. 김운호 변호사는 대법원 지적재산권 전담조 연구관 등을 지낸 판사 출신으로 2009년 광장에 합류했다. 김민욱 변호사는 특허법인·대기업 등에서 변리사로 활동하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지난해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장은 신기술을 세분화해 기술보호가 필요치 않은 부분을 파고들면서 “E사는 신기술을 실제로 이용한 적이 없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A사가 E사에 공급한 3중유리는 신기술이 적용된 것이 맞으며, E사는 이에 적합한 창틀을 제작했다”며 A사 손을 들어줬다. 1심 이후 A사 주장금액이 늘면서 E사가 물어야 할 돈은 이자 포함 1심 9억원대에서 2심 11억원대로 오히려 늘어났다.

◆ 소형 로펌 광평, “서류·판례·정황 어느모로 보나 실시료 지급해야” 연승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성재, 오현성, 손리나, 박은민 변호사/법무법인 광평 홈페이지

A사는 소형로펌인 광평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광평은 오현성(36·연수원40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조성재(47·연수원36기) 대표, 손리나(32·연수원43기), 박은민(31·연수원44기) 변호사 등 소속 변호사 4명 전원이 나섰다. 2013년 문을 연 광평은 사건 종결은 물론 통상 사무장 의존도가 높은 상담 단계부터 업무 전반을 변호사들이 직접 처리하는 곳으로 입소문을 탄 바 있다.

광평은 E사가 실시료를 지급해야 할 근거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광평은 우선 A사와 E사가 기술 이용 대가를 약속한 서류(통상실시권설정계약 약정서)를 꺼내들었다. 약정서에는 실시료 산정기준이 A사가 E사에 판매·대여하거나 공사하는 신기술 적용 3중유리라고 적혀있다. 광평은 “E사가 3중유리를 납품받아 창틀을 시공한 사실은 다툼이 없다”면서 “3중유리를 조립한 것만으로도 실시료 지급대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광평은 또 설령 특허가 효력을 잃었더라도 건설기술관리법을 근거로 정부가 보호대상 신기술로 지정한 만큼 지정이 무효·취소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보호대상이라고 강조하며 재판부에 관련 판례도 제출했다.

광평은 건설현장마다 신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E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시공현장에 따라 기술의 구체적인 적용방법이나 활용 형태가 바뀌기 마련인데, 신기술이 아니라고 하면 지나친 확대해석이며, 신기술 보호기간 연장을 위한 심사 때 부처 관계자들도 신기술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E사 측이 신기술 이용을 전제로 2006~2008년 실시료를 산정하고 지급방법 협의를 요청한 점, A사 기술을 활용한 창호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고효율성에너지기자재’ 인증을 받은 사실, E사가 A사 등과 실시료 계약을 맺고 3중유리에 적용가능한 창호를 개발한 덕분에 공사를 따낼 수 있었던 정황 등도 신기술 이용의 증거로 제시했다.

결국 법원은 1·2심 모두 E사의 실시료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E사는 실시료 계산을 위해 필요한 매출총액(총매출-자재비) 산정 과정에서 자재비, 납품실적 등 구체적인 내역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응하지 않아 법원이 계산한 대로 A사에 실시료와 이자를 물어주게 됐다.

한편 양측은 이 재판을 대법원 3심까지 끌어갈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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