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야 강원도야"..접적지역 연천 17년째 '서울 쌤'
"2000년 3월 첫 발령지로 연천으로 올 때 가족과 지인들이 북한이야 강원도야 했던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초임 교사로서 순수한 마음에 왔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어요."

연천은 남북의 군사력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에는 북한이 로켓포를 발사해 우리군이 K-9 29발을 원점지역에 대응 사격하는 등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많은 전형적인 군사도시로 군인들이 휴가를 나가는 주말, 연천읍내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것은 물론 문을 연 식당조차 찾기 힘든 벽지 중 벽지다.
더욱이 나 선생님이 현재 근무하는 연천군 청산면 백의초등학교는 전교생 70명 중 50명이 군 가정 자녀들로 5사단 본부와 헌병대, 기무대, 국방과학연구원에 둘러싸인 전방기지촌이다.
이러다보니 올해 3월 발령이 난 초임교사가 취업난 속에서도 임용을 포기하기도 했다.
백의초 임춘실 교감은 "보통 연천에서 2~3년 교편을 잡으면 주거지와 가까운 도시로 대부분 이동을 하는데 나형일 선생님처럼 자발적으로 남는 경우 거의 없다"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나 선생님은 2000년 3월 연천군 군남면 화진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편을 잡았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생경했던 전방마을의 분위기에 적응이 잘되지 않았고 미혼이라 교내 사택에 머물렀는데 화장실은 물론 제대로 된 부엌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차가 없어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꼬박 몇 시간을 걸어 읍내에 나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화장실이 없는 게 가장 불편했어요. 또 음식 조리와 몸 씻는 것을 한 공간에서 해야 했죠. 주말에 서울집에서 반찬을 가져다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꼈다. 어느덧 동료들과 어울리고 주말에는 등산 등 취미생활을 같이하며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나 선생님은 벽지인 연천에서도 가장 벽지로 분류되는 접적지역 근무만 7년을 했다.
2003년~2004년 지금은 없어진 마전분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는 전교생 15명 5-6학년이 같이 수업을 받는 복식학급에서 7명을 가르쳤다.
또 2005년~2006년 왕산초에서는 2학년 단임으로 18명을 가르쳤는데 10명의 학생이 조부모가정, 이혼한 어머니가 아이들을 시골집에 맡긴 경우 등 힘든 제자들이 많아 마음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2010-2012년 노곡초는 당시 혁신학교로 지정받아 동료 교사들과 함께 체험형 교육을 시도하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들이 도시에 비해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없어 혁신학교로 지정에 따른 예산을 활용해 체험교육을 강화했습니다. 교육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더욱 해보고 싶었는데 3년이란 짧은 시간밖에 근무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2017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은 충남(0.43), 강원도(0.49), 충북(0.56), 전남(0.70), 경북(0.73) 등 5개도에서 미달사태가 났다.
최근에는 강원도교육청이 CF까지 제작하며 임용시험 지원율을 높이려하고 있다.
경력교사도 벽지나 도서산간의 학교에 근무하면 2-3년 이면 대부분 도시로 떠나는 실정이다.
나 선생님은 동료교사, 임용 준비생, 교육당국 등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
서울이나 연천이나 강원도 등 어는 지역학생들이라도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누군가는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경험과 체험, 새로운 교육 등을 해주려는 마음이 커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김양수 기자] ys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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