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보겠다고.. 올림픽대로 불법 점거한 시민들

최원국 기자 2017. 10. 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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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불꽃축제 시작하자 2개 차선에 車세우고 구경]
쌩쌩 달리는 차 옆에서 뛰어다니며 사진 찍어 '아찔'.. 2시간 넘게 질서·안전 무시
동작대교에도 불법 주정차 가득, 노량진 시장 옥상에선 여아 추락
한강공원 등 곳곳에 '쓰레기산'.. 100만명 몰린 행사 시민의식 실종

9월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인근 올림픽대로에는 비상 깜빡이를 켠 차량 수십대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여의도에서 시작된 세계불꽃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운전자들이 차를 세워 둔 것이다. 김포공항 방향 편도 5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가득 찼다. 이런 차량들의 행렬이 1㎞는 족히 돼 보였다.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차에서 우르르 내렸다. 옆 차로에선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운전석 쪽 차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달리는 차들이 놀라 울리는 경적 소리가 불꽃 터지는 소리와 뒤섞였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겠다며 올림픽대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빈 틈만 보이면 끼어들겠다며 머리를 들이미는 차량들이 뒤엉켰다. 이처럼 '안전'도 '질서'도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2시간 넘게 계속됐다.

한강다리 위는 돗자리족이 점령 - 9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불꽃축제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용산구 한강대교 보행로와 자전거길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그 탓에 행인들은 자동차 도로 난간 옆으로 다녀야 했다. /인터넷

경찰 1500여 명이 이날 여의도 일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주최 측 추산으로 여의도에만 88만명, 올림픽대로를 포함해 동작대교, 한강대교, 반포대교 등 '관람 명당'까지 합치면 100만명이 몰렸다는 불꽃축제의 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엔 역부족이었다. 불꽃축제가 시작된 지 15년, 이런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의도 건너편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옥상에서는 11세와 7세 여자 어린이 두 명이 추락사고를 당했다. 키 작은 아이들이 불꽃 터지는 모습을 더 잘 보겠다며 옥상에 있던 플라스틱 환풍기 위에 올라섰는데 환풍기 뚜껑이 아이들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면서 아래로 푹 꺼져 내렸다. 아이들은 1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팔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태롭지는 않다고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 옥상은 평소 출입이 통제된 공간이다. 작년 축제 때에는 옥상으로 사람들을 올려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꽃축제를 보겠다며) 옥상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며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옥상 출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했고 질서 유지를 한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축제’가 끝난 뒤인 1일 오후 원효대교 인근 쓰레기 집하장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여기뿐이 아니었다. 한강대교 위에서도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불꽃축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점심 무렵부터 사람들은 한강대교 보행로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자전거도로에도 군데군데 불꽃축제 관람객들이 들어섰다. 보행로가 관람객들에게 '점령'당하자 보행객들은 자전거도로로 밀려났다. 자전거들은 그런 행인들을 피해 가다 서다 어렵사리 한강대교를 건너거나,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자동차가 다니는 차선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자동차들은 보통 시속 60㎞가량의 속도로 달린다. 자전거를 발견한 자동차들이 급히 차선 변경을 하거나 뒤따라 오며 경적을 울려댔다. 불꽃 축제와 상관없는 시민들은 교통 정체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동작대교에선 축제를 보려는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다른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은 편도 3개 차로 가운데 1개 차로에 꽉 들어찼고, 다른 2개 차로에도 연쇄적으로 그 여파가 미치면서 차로 동작대교를 건너는 데 한때 40분이 걸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자동차 선루프를 열어 고개를 내밀고 불꽃축제를 보는 차량 탑승객도 눈에 띄었다. 차량을 세우고 대교 난간에 기대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경찰이 다가와 단속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축제 뒤끝엔 '쓰레기'가 남았다. 쓰레기 불법 투기는 매년 불꽃축제의 골칫거리가 돼 왔다. 여의도 일대가 몸살을 앓는다. 관할 경찰서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올해 직원 200명을 동원해 쓰레기 줍기 봉사를 했다. 주최 측에서도 700여 명 규모의 자원봉사단을 꾸려 현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축제 다음 날인 1일 오전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는 불꽃축제가 남긴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불꽃축제 당일 버려진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만 1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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