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변신 뒤 학업포기 0명..부산 교육실험 3년의 풍경

입력 2017. 9. 26. 16:46 수정 2017. 9. 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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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 수시모집 선전하며 학력 저하 우려 불식
학업중단 학생 늘던 부경고 지난해 중단자 없어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높고 교사동아리 활성화

[한겨레]

부산 구포초 2학년 학생들이 강당에 앉아서 선생님과 동네지도를 만들고 있다. 김광수 기자

26일 오후 1시께 부산 북구 구포초등학교 강당에 2학년 학생 57명이 바닥에 앉았다. 2학년 전체 3개 반이 함께 수업하는 날이다. 수업 주제는 ‘동네 한 바퀴’. 2개 반이 지난 1학기부터 매주 동네를 돌며 보고 익혔던 지명과 명소가 있는 사진에 설명을 붙여서 마분지에 붙이거나 마룻바닥에 앉아서 동네지도를 만드는 동안 1개 반은 옆에서 담임 선생님과 팽이 돌리기와 비석 치기를 하며 놀았다. 학교에 오면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하던 놀이다.

구포초는 일부 교과수업도 선생님들이 협업한다. 수학 전담교사가 수업하는 동안 수업이 없는 다른 반 담임교사가 함께 들어가 학업능력이 떨어진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며 돕는다. 지난해 3학년에 이어 올해는 2학년이 수학 공동수업을 한다. 이 학교의 오종열 2학년 부장교사는 “학년별로 담임교사들이 거의 날마다 수업방법을 공유하고 의논하다 보니 수업의 질이 높아졌고 벽을 허물고 나누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구포초 2학년 학생들이 강당에서 비석치기를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구포초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과 동네 장소를 안내하는 글을 적고 있다. 김광수 기자

구포초는 2015년 혁신학교로 변신한 뒤부터 협업 수업을 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지 않고 모두가 즐겁게 행복한 교실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교사가 앞에서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ㄷ자 형식으로 책상을 배치해 토론하는 등 종전 학교 수업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사고력과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꾀한다.

부산시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 공약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혁신학교를 추진했다. 공모를 거쳐 이름을 ‘다행복학교’로 변경하고 2015년 10곳을 시작으로 지난해 11곳, 올해 11곳 등 모두 32곳으로 늘어났다.

다행복학교가 시작될 때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컸다. 걱정의 핵심은 학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전체 평균은 올라갈지 몰라도 상위권 학생들은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부산 북구 만덕고의 사례를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로 보인다. 만덕고는 올해 3년 차 혁신학교인데 선전하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1년이 지난 2016년 2월 졸업생 가운데 20명, 2년이 지난 올해 2월 졸업생 가운데 29명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전인 2014년 2월 졸업생 가운데 18명, 2015년 2월 졸업생 가운데 20명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던 것에 견주면 혁신학교로 변했다고 해서 대학 진학률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김병산 만덕고 교장은 “수도권 대학 합격생들 대부분이 수시전형이다. 혁신학교는 수시모집의 대세인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부경고 1·2학년생 400여명이 대강당에서 학교 생활규정을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했다. 부경고 제공
지난 6월 부경고 1·2학년생 400여명이 대강당에서 학교 생활규정을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했다. 부경고 제공

일반고인 서구 부경고는 다행복학교로 변신하면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학업중단 학생이 2013년 11명, 2014년 18명, 2015년 22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다행복학교로 변신한 지난해는 한 명도 없다.

교사들도 변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공부하는 교사동아리인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지난해 634개에서 올해는 1255개로 늘어났다. 혁신학교에서 시작된 교사동아리가 일반 학교로 퍼진 것이다.

혁신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다행복학교 21곳의 학생·교사·학부모 1만164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더니 평균 만족도는 85.3%였다. 학생(82.4%)보다는 학부모(85.9%)와 교사(95.2%)가 더 높았다. 교사의 만족도가 높은 것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다른 학교 근무 경험과 달리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참여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경험하고, 학생 주도의 자율동아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선 부산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장은 “혁신학교는 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공교육을 살리자는 것이다.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우려와 달리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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