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언제 돈 모아".. 노후 걱정 너무해도 '번아웃' 빠집니다

정하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2017. 9.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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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은퇴백서]

10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연휴 내내 쉬어도 스트레스가 전혀 풀리지 않고 의욕이 없으며, 만사가 귀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해지면 일에 몰두하다가도 갑자기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서 얻는 게 뭔가' 하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바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진 것이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신체적이나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연소 증후군이나 직무 소진이라고도 불린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설문 대상 직장인 1032명 중 9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만족감이 줄어드는 번아웃 증후군은 왜 생기는 걸까?

박상훈 기자

과로와 스트레스 축적이 원인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심신 에너지 고갈 때문이다. 휴식과 개인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일에 몰두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마음에 극심한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이때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팽팽한 실이 갑자기 끊어지는 것처럼 삶에 의욕을 잃게 된다. 높은 목표의식과 일 중독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근무 시간이 긴 직장인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포함해 심리적인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40~50시간(주 5일 근무 기준 하루 8~10시간) 근로자에 비해, 주당 51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은 스트레스, 직무 소진(번아웃 증후군), 우울, 불안 등의 증세를 6.3%에서 최고 47%까지 더 보였다.

업무 보상에 대한 불만과 노후에 대한 불안도 번아웃 증후군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불합리한 보상 체계는 일에 대한 보람을 잃게 만든다. 취업 사이트 '사람인'의 설문 결과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느낀 주요 이유로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진행, 과도한 업무량 및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등이 꼽힌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심리 상담·시간 배분 등 적극적 노력 필요

번아웃 증후군의 일차적인 원인이 과도한 업무 시간이라면, 은퇴하면 자연히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반대로 은퇴 후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역 시절에 번아웃 증후군을 겪을 정도로 일에 몰두해 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정이나 다른 관계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심리적 준비 없이 은퇴하면 일터에 대한 소속감을 갑자기 잃고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우울함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무성과 및 삶의 질 저하, 우울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번아웃 증후군은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쉬는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본인의 강한 목표의식 때문에 힘들다면,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때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증세가 심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심리상담사나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행동부터 바꿔서 마음의 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다. 먼저 일 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가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에 몰두해 왔다면, 그 비중을 천천히 90%, 80%로 줄여나간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관심부터 시작해 보라. 예전부터 관심 있던 취미나 노후에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세히 알아보고 가까운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노후 대비 부족할 때도 발생할 수 있어

열심히 일해도 노후 준비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일에 대한 회의감이 생길 수 있다. 노후 준비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노후 30~40년의 생활비를 현역 시절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정년퇴직보다 조기퇴직 가능성이 더 큰 사회에서 통장 잔액이 늘기는커녕 대출 원리금 갚기에 급급하다면, 노후 불안은 번아웃 증후군을 부르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걱정만 하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노후 대책이 걱정이라면,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통장 잔액을 늘려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소액이라도 자동 이체하여 조금씩 저축을 하고, 필요하다면 금융 전문가와 상의하여 노후 설계를 더 구체화한다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쉬지 않고 일만 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 현역 시절과 은퇴 이후를 두부 자르듯 구분하기보다, 은퇴 전부터 일과 여가 시간의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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