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장유상, 감춰진 내면이 더 흥미로운 법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배우 장유상은 상상 이상으로 굵은 선을 지니고 있었다. 연기를 통해 보여준 특유의 유들함을 엿보이면서도 단단하고 강인한 내면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감춰진 듯 보이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행보가 더욱 더 궁금해졌다.
장유상은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연출 김성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갇힌 소녀 임상미(서예지)의 쌍둥이 오빠 임상진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 드라마 대본을 접했을 때부터 끌렸다. 소재나 분위기가 다른 작품들과 확연히 달랐다. 우선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가 지금까지 다른 작품들에서 다뤄진 적 없다는 데서 흥미로웠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어 읽는 대본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갖게 됐다. 제가 원래 글을 빠르게 읽는 편이 아닌데 이번 대본은 읽으면서 몰입하다보니 재밌게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장유상이 연기한 임상진은 한 쪽 다리가 불편해 어린 시절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해온 인물. 그런 그가 학교폭력에 시달릴 때마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 임상미가 늘 지켜주기 일쑤였다. 서울 생활을 접고 가족 모두 무지군에 이사온 뒤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갔지만 임상진은 끊임없이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장유상은 "상진이를 처음 봤을 때 연민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장애를 갖고 있고 학교 생활도 원활하지 못한 아이었기 때문에 안타까웠다. 이로 인해 성격 자체도 어두워지고 타인에 대한 벽도 있는 친구라서 안쓰럽기까지 했다. 시청자 분들도 상진이를 저와 같이 바라볼 수 있게끔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때문에 촬영장에서도 상진이의 감정선을 가진 채 연기했다는 장유상이었다. 그는 "촬영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상진이가 안고 있는 감정과 분위기에 젖어있었다. 더불어 상진이가 갖고 있는 신체적 장애를 표현하기 위해 다리에 보조기구를 항상 차고 있었다. 불편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임상진은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비관하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 김보은(윤유선)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아버지 임주호(정해균)은 구선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임상미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장유상은 작품 속 임상진의 자살 이후 가족의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고 여겼다. 그는 "임상진이 가족의 모든 비극에 시발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죽기 직전까지 그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 받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으니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결국 자살을 택했지만 이로 인해 더 큰 고통이 찾아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진은 죽음을 맞았지만 이후로도 드라마에서 환영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김보은의 눈 앞에 나타난 그의 얼굴은 슬픈 얼굴을 보이면서도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또 임상미의 눈 앞에 나타난 그는 구선원에서 탈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강인하게 버티고 있는 그의 여동생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힘을 주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진이가 드라마에 나타날 때마다 어머니는 더욱 더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게 됐고, 상미에게도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족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구선원으로부터 구출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진이의 마음이 담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로 인해 '구해줘' 자체가 갖는 분위기는 다소 어둡고 심각하지만 촬영 현장 만큼은 화기애애했다고. 특별히 임상미를 연기한 배우 서예지를 언급한 그는 "서예지 배우는 저와 남매 연기를 하다보니 많이 붙어있었다. 실제로는 한 살 누나라서 저를 더욱 더 잘 챙겨줬다. 촬영장에서 제가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막내다 보니 얼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잘 챙겨주고 간식도 갖다 주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더욱이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며 호흡이 긴 작품에 처음 도전하게 된 그로서는 모든 경험 하나 하나가 색다르고 소중한 배움이 됐단다. 장유상은 "참여한 것 자체가 감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감독님부터 선배님들 한 분 한 분 모두 저를 잘 챙겨주셨다. 긴장하고 얼어있을 때가 많았는데 늘 격려해주시고 예뻐해 주시니까 크게 힘이 됐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장유상은 지난 2012년 단편영화 '밤벌레'를 통해 본격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영화 '거인' '면허시험' '울보',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도전에 반하다'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특별히 그의 필모를 살펴보면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학생 역할을 여러 차례 맡았다는 점이었다. 1991년 생으로 현재 스물 일곱 살의 건장한 청년인 그는 유달리 앳된 동안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강한 학생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왔다.
장유상은 "학생 연기를 주로 해오다 보니 주변에서 이미지가 굳혀질까봐 우려하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외모도 변할테고 성인 어른 역할에도 적합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중에 교복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할 때가 올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웃음) 이는 정말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되돌아보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뭔가에 빠져 들었던 것이 바로 연기였단다. 장유상은 "연기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취미가 딱히 없다. 운동이나 독서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연기가 좋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연기를 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연기가 하고 싶은데 연극반이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는다더라. 당시 담당 선생님께서 다섯 명 이상 학생이 참여하면 다시 연극반을 개설해 주신다고 해서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모았다. 그렇게 활동하다가 이듬해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 또 다시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연극부원들을 모으러 다녔다. 이후로는 그 연극반이 활성화돼서 상도 받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는 것 같다.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지금껏 맡아온 인물들에서 엿보인 내성적이고 조용한 이미지 때문일까.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요목조목 생각을 전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에 장유상은 "사람마다 여러 성향을 갖기 마련이지만 저는 유독 성격의 양면성이 뚜렷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학생 때는 학급 분위기를 이끌고, 뭔가 결정할 사항이 있으면 제가 나설 때가 많았다. 친해지고 편하면 장난도 잘 치고 까불기도 하는데 동시에 낯도 많이 가리고 많은 사람들과 한 번에 만나는 것은 불편한 기분도 느낀다. 이런 양면적인 성격이 배우 생활하는데 있어서는 메리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성향의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제 안에 갖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역량 안에서 소화해내고 싶은 각오가 컸다. 작품의 크기나 인물의 비중,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 등을 염두에 두기보다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기회로 여기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는 "제가 물욕이 많이 없다. 물론 살면서 조금은 있어야 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돈이나 작품의 크기 등에 영향 받지 말고 모든 상황을 열어둔 채 제가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제가 이런 얘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크지만 언젠가 더 큰 배우가 됐을 때도 지금의 생각이 변함없이 유지되길 바란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작품으로 저를 알려서 배우로서 좋은 활동 보여드리고 싶다"며 장유상이 펼칠 배우로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구해줘|서예지|장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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