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현무 1발 실패..또 시작되는 국산 무기 돌팔매질

김태훈 기자 2017. 9. 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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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오전 북한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쏘자 군은 6분 만에 현무-2A 국산 지대지 탄도 미사일로 대응 사격을 했습니다. 현무를 쏜 동해안 사격장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평양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를 감안해 사격 실거리를 250km로 잡고 무력 시위를 한 것입니다. 북한은 순안비행장 외 여타 지역에도 미사일 발사차량을 보내 기만전술을 폈지만 군은 실제 도발을 할 곳을 정확히 짚고 있었고 실전이었다면 사전 격파했을 것이라며 대북 위협을 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했을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군이 어제 쏜 현무-2A 2발 중 1발은 표적을 정확히 때렸는데 다른 1발은 수초 만에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군은 체면을 좀 구겼습니다. 어제가 실전이었다면 아찔한 상황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전이었다면 훨씬 더 많이 쐈을 것입니다. 1~2발 오발은 병가지상사입니다.

하지만 1발 실패한 것을 두고 또 야단입니다. 현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타격 수단 중 하나라며 킬 체인의 미래가 우려된다고도 하고, 비리와 연결된 치명적 결함이라고 단정하는 야박한 인심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패는 무기 개발에서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도 올해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은은 미사일 과학자들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성공했을 때 과학자를 업어주고 안아주며 온갖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북한 미사일 과학자들이 신명나게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입니다. 1발만 실패해도 돌팔매질 당하는 우리나라와는 참 다릅니다.

● 현무-2A '2발 중 1발 실패'가 아니라 '20발 이상 중 1발 실패'

군은 올해 공개적으로 현무-2A를 6발 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가 무력시위 차원에서 발사했습니다. 어제 1발 실패로 올해 성적은 6발 중 1발 오발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현무-2A 전력화를 기준으로 하면 전력화 이후 처음으로 1발 실패입니다. 현무 미사일들은 전략 무기여서 통계가 공개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최소 20발은 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발 중 1발 실패,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미국, 중국처럼 마음 놓고 쏠 장소가 없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20발 중 1발 실패했으면 성공 축에 듭니다. ‘미사일 강국’ 북한 미사일 대부분의 실패 확률도 이보다 높습니다. 실패 확률 0%에 도전해야 하겠지만 지구상에 그런 미사일은 없습니다.    

한 미사일 개발 전문가는 “오히려 실전에서 현무가 추락하느니 이렇게 훈련에서 실패하는 편이 백배 낫다”며 “문제를 찾아서 수정하면 더 강한 현무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결함이 있으면 찾아서 수정하면 됩니다. 현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 강해집니다. 모든 무기는 이렇게 단련됩니다. 이참에 현무를 철저히 검열할 필요도 있습니다.

● 킬 체인 미래의 양면(兩面)을 봤다!

어떤 매체는 군이 어제 현무-2A를 북한 도발 6분 만에 발사한 것을 두고 킬 체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중거리 미사일급 이상의 도발을 하루 전부터 정확히 탐지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미사일에 고폭탄이나 핵폭탄을 장착하고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면 군은 선제 타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킬 체인입니다. 폭탄이 없는 탄두였기에 북한이 쏘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현무 대응사격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북한이 이곳저곳에서 정신없이 미사일을 꺼내들면 미군 정찰위성, 장차 우리 군이 띄울 정찰위성 5기가 일일이 탐지, 식별해 사격 좌표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킬 체인 미래의 어두운 면입니다. 킬 체인이 뚫리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가 북한 미사일을 막습니다.

그런데 어떤 유력 매체는 "현무 1발이 처음으로 추락했다"며 "킬 체인이 구축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추락이 예사롭지 않은 일이고 킬 체인 역량이 미덥지 못하다고도 했습니다. 자존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비난입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무 1발이 헛나간 것은 킬 체인을 야무지게 구축하는 디딤돌입니다.

● 또 방산비리로 향하는 인심…이번엔 어떤 권력기관이 나서나

지난 달 국산 K-9 자주포에서 사격 도중 불이 났습니다. 사고 당일 장병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그럼에도 K-9은 지난 2009년부터 1,000문 이상 전력화됐고 최근 5년 동안 고장 건수는 1,700건에 불과한, 썩 괜찮은 자주포입니다. 1문 당 1년에 고장 1건이 채 발생하지 않았다는 수치입니다.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고장률이 낮습니다. 해외에서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순식간에 부실, 비리 국산무기라는 오명을 썼고 사고 며칠 뒤에는 K-9을 생산하는 한화 테크윈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4국은 내친김에 ㈜한화의 방산 부문에까지 손을 댔습니다. 국세청 조사4국은 청와대의 하명(下命)을 받고 청와대에게 밉보인 업체를 조사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요즘에야 안 그렇겠지만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노리고 타격하는 방식의 기획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 뿐, K-9 자주포에 사고가 나서 실시하는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조사4국의 전적(前績)을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올해 한화와 비슷한 처지의 한 방산기업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4국은 수백억 원을 추징해 갔는데 요즘 무더기로 뱉어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무리한 세무조사였다는 방증입니다.

국산무기에 탈이 났으니 감사원과 검찰도 곧 나서겠지요.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죽은 쥐보다 고요한데 요즘 군과 무기 관련 기관, 방산기업들처럼 만만한 동네북 앞에서는 한없이 가혹한 그들.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 되는 성실 실패조차도 감사원, 검찰,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에게는 그저 비리이고, 시류에 맞춰 성과를 쌓아줄 수단일 뿐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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