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판소리 神童이 들려준 '심청가'

김승현 기자 입력 2017. 9. 15. 03:08 수정 2017. 9. 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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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양, 이예랑 가야금연주가와 나눔음악회 '멘토·멘티' 합동공연
"앞으로도 사제간 인연 이어갈 것"

"아버지! 눈을 떠 청이를 보오소서~."

지난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꽃무늬 한복을 입은 최예나(14·사진 왼쪽)양이 시원하게 소리를 뽑아냈다.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 공연 전 손에 난 땀을 치맛자락에 닦아내던 어린 소녀는 온데간데없었다. 뒤에선 이예랑(37·오른쪽)씨가 최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가야금을 연주했다. 5분 남짓 짧은 공연이 끝난 뒤 최양이 활짝 웃었다. 이씨가 다가가 허공을 바라보던 예나 몸을 돌려 관객에게 함께 인사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이 매년 여는 나눔음악회 중 '국악 멘토·멘티' 합동 공연이었다. 최양은 미숙아 망막증을 갖고 태어난 시각장애인. 초등학교 3학년 때 판소리를 처음 시작한 이후 신동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충남 공주에서 열린 '박동진판소리 평창·명고 대회' 장원을 수상하는 등 그간 받은 상이 수십 개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어린이재단 지원을 받아 부산국립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운다. 워낙 재능이 뛰어나 대학 입시 준비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대회 경험이 많긴 해도 2500여명 후원자 앞에 서는 공연 준비는 쉽지 않았다. 가야금병창 및 산조 이수자인 중요무형문화재 이예랑씨가 멘토로 나서 최양을 도왔다. 작년부터 어린이재단 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최양을 위해 흔쾌히 재능 기부를 수락했고 심청가를 추천했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중학생이 표현하기엔 어려운 곡이지만, 예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동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씨는 사전 연습을 하며 최양 실력에 감탄했다고 했다. "감정 이입이나 발음 등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파악하더라고요. 기본기가 워낙 탄탄해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합동 공연은 끝났지만 이씨는 "사제간 인연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 감독으로 카네기홀·백악관 초청 공연을 다녀온 이모에게 예나를 소개해 세계적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최양은 "저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동을 돌려드리는 소리꾼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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