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이해할 수 없는 등판 취소' 류현진의 심정

“어쩔 거여~~ 하라면 해야지. (멋쩍은 웃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어쩔 수 없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평소 쓰지 않는 사투리까지 써가며 애써 괜찮은 척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10일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돌연 류현진의 등판 취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12일 샌프란시스코 등판 예정이었던 류현진이 한 차례 거른다는 것. 등판을 거르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로버츠 감독이 기자들과 공식 인터뷰를 하기 직전 류현진에게 통보한 상황이었습니다. 

등판 이틀 앞둔 선발 투수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했기에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습니다. 다르빗슈를 위한 배려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선발 탈락이다. 등등 

당사자인 류현진은 유쾌할 수 없는 추측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단의 결정과 통보라는 형태도 기분 좋을 리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특유의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습니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류현진은 “뭐가 궁금하십니까?”라고 웃으며, 한국 기자들을 바라봅니다. 뭐가 궁금한지 모를 리 없는 류현진. 

“예정된 등판을 거르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는데,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괜찮다.”는 말을 섣불리 꺼내지 못합니다. 취재진을 향해 한 차례 웃음을 보이더니 “하라면 해야죠.”라고 말한 뒤, “내일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는 스케쥴을 통보받은 뒤에도 그다음 일정이나, 추가 설명이 없었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 하지만 이 상황을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습니다. 어차피 위에서 결정된 사항이면 뒤집을 수 없기에..  

류현진은 이미 한차례 구단과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닐 엘라트라체 박사와 허니컷 투수 코치는 어깨 수술 후, 복귀 시즌을 치르는 류현진에게 보직 변경은 더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류현진도 루틴이 변경되면 악영향이 될까 우려했었습니다. 하지만 구단은 결국 류현진을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당시 계약 조항을 꺼낸 건 구단은 아니었습니다. 불펜으로 변경되는 걸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류현진은 보라스와 해결 방안을 모색했고, 류현진이 최대한 피할 방법이 없느냐고 보라스에게 물었습니다. 이때 보라스는 “계약서상 구단이 보직을 변경해도 하라면 해야 한다.”며 류현진에게 설명했습니다. 이때 구단의 결정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류현진은 후반기 8경기를 치렀고,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 커쇼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돌아와 경기 감각과 투구 감각을 되찾으며 헤맸던 전반기와는 다르게 훌륭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이었습니다. 

연패를 기록 중인 다저스가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배제한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류현진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그건 내가 답할 게 아니다. 윗분들이 결정할 문제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꼭 한 번 물어봐 달라.”고 말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발의 등판을 건너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게 로버츠 감독의 설명)

13일 시뮬레이션 게임을 소화할 예정인 류현진은 경기에 앞서 캐치볼과 러닝을 소화했습니다. 훈련 내내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표정도 짓습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자는 류현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시즌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춰 무리하는 것보다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 시즌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던 류현진이었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답이 나왔습니다. 

“지금 몸 상태 아주 좋다. 지금 몸 상태가 좋은데, 특별하게 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후반기 페이스가 좋았고, 현재 몸 상태도 좋기 때문에 포스트시즌도 욕심이 났던 류현진입니다. 매 경기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자신의 몸 상태와 피칭을 확인하면서 가능성을 생각했던 거죠.

류현진은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에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면서도 “특별하게 쉴 이유가 없다.”며 지금의 선발 등판 일정을 아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