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싱' 위기감..결국 빈손으로 '회군'

유정인 기자 2017. 9. 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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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보이콧을 일주일 만에 사실상 접기로 했다. 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건 사항을 하나도 이루지 못한 ‘빈손 회귀’다.

한국당은 주말 대규모 집회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동력을 얻었다고 10일 자평했지만 외부 평가는 박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한국당 패싱’ 국회가 현실화하기 직전, 상황에 밀려 복귀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9일 저녁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장악을 위한 여당 문건이 나온 이상 정부·여당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며 “여당으로부터 정기국회 참여 명분을 달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원내에서 가열차게 싸워 (‘방송장악’ 문건)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하자”고 말했다.

사실상 보이콧을 접고 정기국회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11일 의원총회에서 복귀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지만 복귀 가능성이 높다. 국회 일정 전면 불참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한국당이 얻은 것은 많지 않다. 당초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보이콧을 결정했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사태가 겹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다당체제라 한국당이 빠져도 법안 처리 등 절차적 무리가 없는 만큼 정부·여당의 복귀 압박도 크지 않았다.

여당과 다른 야당들이 한국당 설득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면서 다급해진 쪽은 한국당이었다. 11일 예정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11~14일) 등 ‘야당의 무대’까지 놓칠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언론장악을 하지 않고, 협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든지 국정을 논할 수 있다”(정우택 원내대표)고 복귀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메아리가 없었다. 결국 ‘존재감 없는’ 제1야당 위상이 그대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한국당이 보이콧 투쟁의 대미로 삼으려 했던 전날 ‘국민보고대회’는 ‘극우보고대회’로 변질됐다. 강경보수 단체들이 다수 참여한 대회에선 ‘종북좌파 척결’이라는 색깔론과 핵개발 등 군사강경론이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탄핵’ ‘박근혜·이재용 무죄 석방’ ‘5·18은 광주사태’ 등 막말도 나왔다.

홍 대표는 국민보고대회에서 여당이 작성한 ‘KBS·MBC 경영진 퇴진 압박’ 문건을 지목하면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이랬다면 당장 탄핵한다고 대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겠는가”라고 하자 지지자들은 “문재인 탄핵하자”를 외쳤다.

공식행사 전 발언대에 오른 서경석 목사는 “국제관계가 악화될까 봐 핵개발을 주저하는 나라는 ‘병신’ 나라”라며 “박근혜·이재용도 무조건 무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발언대에 오른 신기훈 3사 애국동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의 계략에 의해 잡힌 포로’로 표현하며 “여러분들은 박 대통령 구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부르면서 “5·18 광주사태는 민주화운동이 아님이 역사적으로 밝혀졌다”고도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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