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늘어나는 '중년층 고독사' 그 쓸쓸함에 대하여

입력 2017. 9. 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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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은 40~50대의 남성 중년층이다. 중년층 이하 연령대의 고독사 위험이 높은 것은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져 버린 데 기인한다. 문제는 중년층 고독사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시신은 고시원 방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50대의 기러기 아빠였다. 사후 며칠이 지나고서야 발견된 만큼 시신이 부패하며 발생한 오염과 악취가 있긴 했지만, 다른 심각한 경우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유가족들은 미국에 있던 관계로 고인의 사망사실을 고지받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절차가 마무리된 뒤, 남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유품뿐이었다. 노트북 한 대와 지갑과 통장, 해외송금에 쓰인 몇 장의 서류들, 그리고 책 몇 권과 생활용품. 40~50대 중년남성의 고독사 현장에는 쓸쓸함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술병들이 나뒹구는 경우가 많은데, 고인의 방에선 그런 흔적도 없었다. 여분의 생활용품조차 남기지 않은 검박한 중년남성에게 딱 하나 남은 여분의 몫은 라면 두 봉지뿐이었다.

남긴 옷가지마저도 출근용 양복과 와이셔츠 단 두 벌, 구두는 한 켤레뿐이었다. 올해 정리한 한 고독사 현장의 모습을 전하며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이보다 더 소박하고 간소하게 살아가는 인생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유가족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적지 않은 경우 가족의 고독사 사실을 알게 된 유가족들은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애도를 보낼 마지막 인간관계까지 정리되고 나면 이제 죽음은 말 그대로 정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길 대표 역시 “유품정리 현장마다 감정을 느끼며 일을 할 수는 없으니, 사연 없는 곳은 없지만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리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고독사는 고독한 삶의 결과다. 단지 임종을 혼자 맞는다고 해서 고독사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죽음을 맞기 전 생활 전반에서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는 삶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면 고독사가 된다. 이렇게 볼 때 국내에서 가장 고독한 집단은 중년층 남성이다. 고독사 통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40~50대의 중년층이다. 이 가운데 남성 고독사 사망자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한 50대 기러기 아빠의 고독사 사례는 그나마 직장이라는 사회와의 접점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는 유가족들

한 경찰 관계자가 전하는 고독사 현장은 처참하다. 역시 현장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고인은 중년남성이다. 악취가 현관문과 창문 밖으로 새어나와서 이웃 주민이 알 정도가 되면 집안의 상황은 들어가기가 겁날 정도다. 형체를 알기 어렵게 부패한 시신과 흘러나온 액체가 이부자리나 바닥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기온이 높으면 파리와 구더기, 번데기가 집안 곳곳을 잠식한다.

의료진의 검안을 마치면 지갑에 남아있는 신분증과 지문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 유가족을 찾는다. 이미 생전에 왕래가 드물 정도로 관계가 악화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돌아오는 반응도 건조하다. 부검이 없어 시신 인도가 확정된 뒤 유가족이 시신을 인수한다는 서명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유가족이 아예 없거나 찾을 수 없으면 결국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된다. 이 관계자는 “물론 무덤마다 핑계는 다 다를 테지만 특히 중년남성의 고독사는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 봉지가 쌓여 있다거나 술병이 쌓여 있는 것처럼 전형적이고 공통된 모습이 확 눈에 띈다”고 말했다.

죽음의 모습이 전형적이라는 것은 바꿔 말해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엇비슷하다는 말도 된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최근 5년간 무연고 사망 통계를 보면 무연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50대 중년층이다. 이 기간 중년층 무연고 사망자는 2098명으로, 전체 5183명 중 40.4%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년층 1512명에 비하면 39% 많았다. 중년층 가운데서 남성으로 한정해도 차지하는 비율은 35.9%나 됐다. 무엇보다 이 기간 무연고 사망이 늘어난 비율은 64.5%에 달했다. 현재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유일하게 집계되는 고독사 관련 통계인 무연고 사망이 사망 후 시신을 인수해 갈 유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전체 고독사의 일부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만 보더라도 중년남성들의 위기상황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연고 사망보다 범위가 넓은 고독사는 현재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한 집계는 없다. 현재로선 유일하게 고독사 개념을 정리해 그에 따른 통계를 정리한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해당 연구를 보면 2013년을 기준으로 1년 동안 서울의 고독사 확실사례는 162건, 의심사례는 2181건으로 집계됐다. 의심사례라는 표현을 썼지만 고독사 현장에서의 기록 미비 때문에 고독사로 분류할 수 있는 사망사례를 보수적으로 포함시킨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의심사례까지 포함한 고독사 사망자는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만 2343명이나 됐다. 하루에 6명이 고독사로 죽어간 셈이다.

무연고 사망자 중 40~50대가 40%

보고서에서는 사망 후 3일 이상 지나서 발견된 사례를 고독사로 분류했다. 현재 고독사를 정의하는 합의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아 국내에서의 통상적인 장례기간인 3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대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모든 사망을 고독사로 분류한다면 수치는 더욱 급격히 늘어난다. 한편, 해당 연구에서 적용한 시점이 2013년임을 고려해 2013년 이후 무연고 사망 증가율을 대입해 계산하면 지난해 서울의 고독사 사망자 수 추정치는 2991명에 달한다. 연구를 진행한 송인주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도 중년층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는 점”이라며 “고독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1인가구가 늘어나는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고독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빈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최근 석 달 사이 명확하게 밝혀진 고독사만 27건에 달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역시 중년층이 가장 많았지만 청년층에서도 고독사 사망자가 나왔다. 8월 31일 부산 연제구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ㄱ씨는 29세로, 3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혼자 살아왔다. 두 달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온 ㄱ씨의 아버지는 부패한 시신이 돼버린 아들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8월 3일에는 부산 연제구의 한 빌라에서 71세 여성이 사망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모습으로 발견됐고, 8월 4일에는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3년 전 일자리를 잃고 혼자 지내던 49세 남성이 숨진 지 보름이 지나 발견되기도 했다. 8월 17일에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45세 남성이 부산 남구의 자택에서 사망 9개월 만에 발견됐다. 시신은 미라화까지 진행되고 있었을 정도였다. 2004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쭉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고인은 4년 넘게 관리비 450만원을 연체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도시가스 공급도 중단됐지만 누구도 그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연락이 끊어졌던 여동생이 1년 만에 찾아오고서야 고독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부산사회복지연대가 최근 3개월간 집중적으로 발견된 이들 고독사 사례를 분류한 자료를 보면, 사망자 27명 가운데 남성은 23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여성은 2명, 부패로 성별이 파악되지 않은 사망자가 2명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8명은 50대였고, 4명은 40대였다. 60~64세인 중장년층도 5명이었다. 연령과 성별 특성 외에도 이들이 고독사하게 된 정황을 짐작하게 하는 요인들도 발견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 최소 16명이 생전 알코올 의존 증세가 있었고, 23명은 지병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는 거주지역 역시 복지시설과 물리적 거리가 떨어져 있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고독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장 전형적인 고독사의 모습이 최근 연이은 부산의 고독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더라도 술로 식사를 대신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영양결핍까지 진행돼 죽음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사회복지연대는 추정했다. 박민성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중년층은 타인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다 보니 큰 실패를 겪고 어려움에 처해도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면서 “고독사의 패턴이나 계절·환경적 요인이라도 파악할 수 있으면 부족한 복지인력으로도 효율적인 예방이 가능한데, 실태 파악 없이 마구잡이식 대책만 내놓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는 1인가구가 급속히 늘어난 변화와 관련이 깊다. 1990년대 9%였던 1인가구 비율은 2015년 27.2%로 높아졌고, 2025년에는 31.3%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퇴직이나 실직으로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고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는 40∼50대 중년층과 같은 ‘비자발적 1인가구’가 고독사 위험에 취약한 집단이다. 여기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혼자 사는 20∼30대 청년층도 포함된다. 그간 고독사 문제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청년층의 고독사도 늘어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무연고 사망 통계에서도 30대 이하 사망자는 규모 자체는 작지만 최근 3년간 90%가 넘게 폭증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빨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인가구 급속한 증가와도 관련 깊어

중년층 이하 연령대의 고독사 위험이 높은 것은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져버린 데 기인한다. 그간 고독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노년층 1인가구는 비교적 공동체적 생활문화가 남아있는 농촌지역에 집중돼 있고, 경로당이나 복지시설처럼 정기적으로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에 비해 청년·중년층 1인가구는 직장이 없으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 외에도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할 통로마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실업은 물론 일용직 등 출근이 일정치 않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경제적 궁핍이 사회적 고립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의 사회적 환경은 위기에 처한 일부에게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시민들의 공동체 자체가 위기에 처한 나라로 분류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자료를 보면 한국은 시민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네트워크의 질을 측정하는 ‘공동체’ 부문에서 끝에서 두 번째인 37위를 차지했다. 특히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75.8%에 불과해 최하위권이었다. OECD 평균(88%)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치다. 2년 전의 같은 설문에서 77%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양상도 드러난다.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답한 4명 중 한 명의 한국인은 사회적·심리적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고독한 삶을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OECD 국가 중 ‘공동체’ 부문 최하위

문제는 고독사 문제에 대한 대책이 그동안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집중되어 실제로는 더 비율이 높은 중년층에게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도 발견된다. 고독사의 개념 자체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정의되지도 않아 관련 통계도 없고 실태 파악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까지 자살 및 고독사 담당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각 지자체 단위에서 관내 1인가구 등 고독사 취약층을 점검하는 방안 말고는 특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도 부족한 일선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과도한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인가구가 늘어나며 복지수요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데 담당 인력 확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가 힘들다. 사회복지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 수는 OECD 평균 70명이지만 국내에선 1인당 500명이 넘는 주민들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이모씨는 “관내에 등록된 독거노인들은 그나마 주소라도 즉각 찾을 수 있게 파악돼 있지만, 주민등록상 자녀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것으로 된 노인들과 아예 따로 분류조차 해놓지 않은 중년 1인가구는 고독사 위험이 있는지 어떤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으로 죽음이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현실임을 직시하고 미리 대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이라 불리는, 존엄 있게 죽음을 맞는 문화가 정착될수록 연령대를 떠나 고독사 위험에 취약한 이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때문에 중년층 1인가구나 독거노인들일수록 현실에서의 웰다잉 대비가 어려운 실정임을 감안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임종과 사후 수습 준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홀로 죽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끼리 미리 네트워크를 맺어 교분을 나누고, 죽고 난 후에는 하나의 묘에 함께 들어가기로 약속하는 ‘묘우(墓友)’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한국인의 ‘죽음의 질’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를 볼 때 고독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대안적인 공동체와 정책을 모색할 필요도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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