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글 베껴도 표절입니다"
일상서 적용 쉽도록 판례 활용
"표절은 영혼을 침범하는 일.. 법적 책임보다 더 심각한 문제"
A 교수가 쓴 책의 내용을 표절한 B교수는 "A 교수로부터 내 논문에 그 내용을 갖다 써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이 경우 B 교수는 표절 혐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국내 최고 표절 전문가로 알려진 남형두(53)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친고죄인 저작권 침해 문제라면 A 교수가 양해했을 경우 B 교수의 책임을 물을 수 없지요. 하지만 표절의 경우에는 B 교수의 독창적인 논문인 줄 알고 있을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됩니다." 표절이란, 표절당한 사람이 용서했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2015년 700여 쪽 분량의 연구서 '표절론'을 냈던 남 교수는 최근 후속 저작인 '표절 백문백답'(청송미디어)을 냈다. 표절 관련 질문 100개를 추려 가상 상황을 만들고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답변하는 형식이어서 실제 사례에 적용하기 쉽다. 유명 소설가의 표절 논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과정의 뜨거운 논쟁 등 '표절론' 이후 불거진 우리 사회의 표절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인공지능(AI)이 쓴 글을 몰래 갖다 쓴다면 표절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이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상 보호 대상이 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인간 저자가 쓴 것으로 속은 독자와 학계에는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표절이 성립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표절이란 '숨겼느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라 '속였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출처 없이 갖다 썼지만 누구나 다 아는 글을 패러디했을 경우 표절 혐의에선 벗어난다. 여기서 좀 의외의 해석도 나온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대리 작가를 시켜 자서전이나 칼럼을 썼을 경우엔 표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쓰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사람들이 웬만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증 시효가 지난 논문에 대해 표절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 "학문의 진실성을 논하는 과정에서 시효를 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청문회에선 고위공직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논문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시효 규정이 거론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는 지금처럼 인사청문회 통과 이후에는 다들 표절 여부에 대해 관심을 끊을 것이 아니라, 일단 '표절 여부에 직(職)을 걸겠다'는 약속을 하고 취임하게 한 이후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표절 판정이 나오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창작물은 영혼의 연장선'이란 헤겔의 말을 인용하며 "저작권 침해가 재산권의 문제라면, 표절은 영혼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학자·예술가·언론인 같은 직업군에선 표절이 오랜 세월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법적 책임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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