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대표연설 취소, 국회 '헛바퀴' 돌린 한국당

유정인·조미덥 기자 2017. 9. 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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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취소되자 줄줄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자유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 사태가 5일 사상 초유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취소로 번졌다. 정당 대표자가 정치적 메시지를 응축해 제시하는 정기국회의 ‘백미’까지 어그러지면서, 국회 파행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은 ‘정당 책무 포기’라며 국회 보이콧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안보정당을 자처하는 한국당이 안보위기에 국회를 내팽개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청취할 예정이었으나, 연설자인 정 원내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가 무산됐다. 16대 국회 이후 여야 원내정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포기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의 선언을 하지 않은 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했고 의원들도 참석했지만 금방 한국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의장에게 통보했다”며 “본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안보위기로 비상근무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했지만, 연설이 무산되면서 2분 만에 자리를 떴다. 민주당·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모두 흩어졌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5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시각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모여 비상의원총회를 했다. 로텐더홀을 중심으로 본회의장과 마주 보고 있는 곳이지만, 본회의장에 입장한 의원은 없었다.

정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은 의사일정상 우리당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표연설이 있는 날이지만,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문재인 정부가 야당과 여러 주위에서 하는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상황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노동부와 청와대를 항의방문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버스 3대에 나눠타고 청와대로 들어가 영빈관에서 대기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정 원내대표는 면담이 무산된 뒤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 의원 전원이 참석했는데도 대통령 면담은커녕 비서실장 면담도 거부됐다”며 “소통이 아닌 ‘쇼통’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돼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 전날부터 정기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날 김 사장이 서울서부지청에 자진출석했지만, 이와 무관하게 보이콧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은 ‘복귀’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 ‘김장겸 지킴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무거운 자리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연설 취소는 국민이 부여한 제1야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보이콧에 가장 박수 칠 사람은 김정은인데 이런 정당이 어떻게 보수정당, 안보정당인가. 하루속히 해산하라”고 했다.

한국당 불참으로 전날 연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도 ‘마지노선’이 다가오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표결하는 것이 맞지만 언제까지 한국당이 안 들어온다고 그렇게(표결 연기) 하겠나”라며 “오래 못 기다린다. 다음주에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는 “한국당의 명분 없는 국회 보이콧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유정인·조미덥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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