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장터 모바일 앱 5종, 직접 써보니

김영우 2017. 8. 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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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각종 신제품의 출시 타이밍이 점차 짧아지면서 아직 충분히 쓸 만한 제품이 중고 시장에 올라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알뜰파 소비자들은 중고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비용을 절약하곤 한다. 예전에는 웹 사이트를 통해 중고품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앱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구글 플레이나 앱 스토어에는 중고품 거래 서비스에 특화된 앱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구글플레이에서 '중고', '중고거래' 등으로 검색하여 인기 상위권에 위치한 모바일 앱 몇 가지의 면모를 살펴보고, 직접 이를 이용한 중고품 거래도 해봤다. 참고로 이하의 소개는 안드로이드 버전 기준이다.

번개장터 – 중고장터와 오픈마켓의 특성 모두 갖춰

2017년 8월 현재, 한국 구글플레이의 중고 거래 관련 앱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구글 플레이에 표시된 다운로드 수는 500만 이상이며, 개발사에서는 950만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번개장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와 방대한 등록 제품 수다. 일례로 '노트북' 카테고리만 해도 12,187개의 제품(거래 완료 제품 포함)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번개장터 메인 화면

다만, 번개장터를 일반적인 중고품 거래 서비스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올라온 매물의 상당수가 일반 판매자가 아닌 전문 업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자들 중 일부는 중고품이 아닌 일반적인 신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서 번개장터를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 중고품 거래 서비스와 오픈마켓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번개장터 이용자들은 모두 자신의 상점을 가진다

번개장터의 '상점' 시스템도 위와 같은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번개장터 이용자들은 모두 각자의 상점을 가지게 되는데, 마치 오픈마켓처럼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 자신의 제품을 등록할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하게 다양한 제품을 팔 수 있으며, 구매자 입장에서는 해당 판매자의 판매 이력 및 구매자 후기 등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중고품 특유의 불안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사기성 전화번호나 계좌의 간편한 조회가 가능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혹은 전화번호에 기반해 가입할 수 있으며, 본인 인증을 거쳐야 제품 등록이 가능하다. 안전거래 수단으로는 네이버 페이를 지원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전화 및 문자,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가능하며, 개인정보의 노출 없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내부 매신저인 ‘번개톡’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번개장터 및 더치트, 경찰청 등에 등록된 사기성 계좌 번호나 전화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메뉴가 판매 페이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 점도 특징이다.

당근마켓 – 인근지역 기반 직거래에 최적화

당근마켓은 특이하게도 '지역'과 '직거래'에 중점을 둔 중고품 거래 서비스다. 앱을 처음 구동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설정하며, 이후부터 사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판매자가 올린 물품의 목록을 열람할 수 있다. 각 매물의 제목 하단에는 판매자가 설정한 동 단위의 위치가 표시된다. 중고품 거래의 특성상 우편이나 택배 거래보다 직거래가 더 안전하며, 직거래를 하기 위해선 판매자와 구매자의 지리적인 거리가 최대한 가까운 것이 좋다.

사용자가 설정한 지역 중심으로 올라온 제품 목록이 표시된다

전국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 그리고 직거래를 유도하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당근마켓에는 전문 업자의 활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일반인들의 매물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다만, 판매자의 위치를 비롯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우려한 탓인지 문자나 전화, 카카오톡 등의 범용 대화수단은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앱 내의 매신저 및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판매자의 채팅 응답률, 재거래 희망률 등을 통해 판매자의 '매너'를 분석하는 기능이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판매자의 매너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다만, 아무래도 전국 단위의 중고품 거래 서비스에 비해 등록 제품의 수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노트북을 사기 위해선 컴퓨터뿐 아니라 TV나 주방가전까지 모두 포함된 '디지털/가전' 단일 항목에서 일일이 제품을 찾아야 하는 등, 카테고리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미리 정하고 매물을 찾는다기 보다는, 이미 가까운 지역에 올라온 다양한 매물의 목록을 살펴보다가 그 중 탐나는 제품이 있으면 판매자에게 거래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끼리 빠른 직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가 기능이 다소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앱의 구조가 심플한 것도 장점이다.

헬로마켓 – 다채로운 부가기능, 앱 자체의 완성도 높아

헬로마켓은 번개장터와 같이 다양한 카테고리와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편, 당근마켓과 같이 사용자 주변, 혹은 특정 지역별의 제품을 지정해 제품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그리고 각 판매자는 자신의 페이지에서 카테고리 별로 제품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등,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 중 유용한 것들만 모아둔 듯 한 다채로운 구성을 갖췄다.

헬로마켓은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

댓글 및 내부 메신저인 '헬로톡'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화하며, 헬로마켓의 자체적인 안전거래 시스템인 '헬로페이'를 통해 물품 대금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원거리 거래시, 다양한 택배 및 퀵 서비스로 직접 연결해주는 헬로마켓 택배 서비스를 통해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사용자 지역 주변의 제품 등록 현황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앱 내에 탑재된 카메라 기능을 통해 제품을 촬영한 후 이미지 편집을 거치고, 제품에 대한 설명 작성 후 곧장 판매 제품으로 등록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정지 영상이 아닌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제품 썸네일 이미지로 등록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한 점도 눈에 띈다.

중고나라 – 높은 인지도, 네이버 중고나라와 연동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회원 수 1500만 이상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품 거래 사이트다. 이 카페의 관계사인 큐딜리온에서 출시한 중고나라 앱은 위 중고나라 카페의 모바일 버전을 지향하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구조는 네이버 카페의 그것과 유사하다. 덕분에 중고나라의 장점인 세세하고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를 그대로 갖췄다.

네이버 중고나라와 마찬가지로 세세한 제품 카테고리를 갖췄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전화 및 문자, 댓글 및 전용 메신저로 소통이 가능하며, 이니페이 기반의 안전거래 시스템을 지원한다. 네이버 중고나라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무난한 서비스지만,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 차별화된 기능이나 서비스는 그다지 없다.

네이버 중고나라에 동시에 게시물을 등록하는 것이 가능

참고로,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열심회원'으로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중고나라 모바일 앱을 통해 등급업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나라 모바일 앱을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중고나라 모바일 앱에서 제품을 등록한 후,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에도 자동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기능도 제공한다.

렛고 – 간편한 제품 등록 가능, 현지화 부족은 아쉬워

렛고(letgo)는 미국과 스페인에 본거지를 둔 동명의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중고품 거래 서비스로, 구글플레이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글로벌 앱이다. 가장 튼 특징이라면 제품을 빠르고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 팔기 메뉴를 선택하기만 하면 곧장 스마트폰 카메라가 구동되며, 이를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게시물을 등록할 수 있다(가격은 '흥정'으로 기본 설정). 물론 이렇게 제품이 등록되더라도 나중에 정확한 가격으로 설정하거나 제품 설명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만 찍어 곧장 제품을 등록하는 것도 가능

그리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지리적인 위치를 감지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판매자의 제품 위주로 검색해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거래에 유리하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소통은 앱 내부의 전용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영어로 공지사항이나 알림 메시지가 오는 등, 현지화 면에서 조금 아쉽다

다만, 안전거래 시스템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제품 카테고리가 하위 분류 없이 9개의 대분류로만 나뉘어 있어 세세한 검색이 쉽지 않다. 또한, 제품의 등록 과정의 간편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해당 제품의 설명이 거의 없는 게시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단점이다. 그리고 해외 사용자 위주로 서비스가 구성되어 있어 공지 사항이나 알림 메시지가 영어로 뜨는 등, 현지화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도 아쉽다.

실제로 물건 팔아보니

각 앱에 대한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물건을 팔아보자. 필자가 보유한 PC용 부품인 ‘지스킬 립죠스V 8GB DDR4 x 2메모리’를 5군데 중고품 거래 앱에 동시에 올려 판매에 나섰다. 처음에는 15만원에 직거래만 하는 조건으로 올렸으나 3시간이 지나도 구매자들이 반응이 오지 않아 오후 7시 즈음에 가격을 13만원으로 낮추고 택배 거래 가능으로 조건을 변경했다.

필자가 구매 희망자로부터 받은 문자

그러자 1시 간 정도가 지난 오후 8시 즈음, 구매자에게 처음으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구매자는 중고나라 모바일 앱을 통해 제품을 확인했으며,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대화 후, 제품 값 선입금을 통해 택배거래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 분명

중고품 거래용 모바일 앱 5가지를 써 보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각자의 개성이 의외로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번개장터는 중고장터와 오픈마켓의 특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 당근마켓은 인근지역 기반의 직거래에 최적화된 점, 그리고 헬로마켓은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중고나라는 무난한 구조 및 네이버 중고나라 연동 기능이 장점이며, 렛고는 간편한 제품 등록 방법 및 심플한 인터페이스 면에서 이점이 있다. 특히, 중고나라 모바일 앱은 시스템이나 디자인 면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네이버 카페 시절부터 쌓아온 높은 인지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바일 앱 자체의 완성도 면으로 따져본다면 번개장터나 헬로마켓도 확실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 당근마켓의 경우는 카테고리의 세분화, 렛고는 한국 사정에 맞는 현지화 쪽에 더 신경을 쓴다면 보다 쓸 만한 서비스가 될 듯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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