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량 수직 상승.. 배터리 산업도 함께 뛴다

이위재 기자 2017. 8.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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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자동차 산업에서 눈앞에 다가온 명백한 블루오션은 전기차(EV·Electric Vehicle) 시장이다. 전문기관들은 2020년까지 이 시장이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기증 나는 수준이다.

배터리 시장은 중국 내수형 기업들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경쟁하며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 내부 모습./SK이노베이션 제공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늘리면서 이런 대세론에 불이 붙었다. 독일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고 장담했다. 프랑스도 2040년을 '데드라인'으로 걸었다. 중국은 자동차업체에 '전기차 의무 생산제(NEV Credits)'를 강요하고 있다. 올해 220만대를 찍을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 판매량은 이대로라면 2020년 연 600만대까지 수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전기차 관련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고 석유로 움직이는 차를 구닥다리 신세로 걷어찰 날이 머지않았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자 배터리 산업은 신났다. 전기차 전체 원가 40%는 배터리 몫. 전기차와 배터리는 바늘과 실 관계다. 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는 배터리 시장이 2016년 25GWh 규모에서 2025년엔 300~1000GWh로 최대 40배까지 폭증한다고 낙관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배터리는 건전지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의 쌀'로 벼락출세했다. 2차 산업 시대 '쌀'이 기초 화학제품 에틸렌이었고, 3차 산업시대엔 반도체였다면 이젠 배터리가 그 월계관을 물려받은 셈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이미 배터리를 애지중지 다뤘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여기에 신 전력 산업 핵심 제품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일종의 초대형 배터리)까지 배터리는 그야말로 전방위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정유회사 이미지에 갇혀 있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에 눈길을 주고 헌신적으로 돈을 퍼붓는 것은 21세기 가장 '핫(Hot)'한 아이템이라 믿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가 생산되는 광경./SK이노베이션 제공

◇파우치형 배터리를 잡아라

자동차 배터리 고민은 당연히 충전한 뒤 차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달리도록 하는 것. 다른 전자제품 배터리 숙제와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삼원(三原)계 배터리 중에서도 파우치(pouch)형에 꽂혔다. 삼원이란 배터리 양극재를 만들 때 니켈과 코발트·망간을 섞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는 각(角)형, 원통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각형은 납작한 알루미늄 캔 모양으로 가장 흔하다. 대량 생산이 쉽지만 열 방출 효율이 떨어져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원통형도 생산 단가가 낮지만, 충전·방전 과정에서 음극·양극이 뒤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수명이 짧은 편이다. 파우치형은 배터리 셀을 알루미늄 소재 주머니에 넣어 쓰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출력이 가능한 데다 열 방출률이나 공간성이 우수하다고 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 시장 제패를 선언했다./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 수명·안전성을 높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원료 비율을 개선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요한 배터리 성분 중 하나인 코발트는 전 세계 공급량의 60%를 콩고에서 맡는다. 그런데 지난 1년여간 콩고가 정세 불안에 빠지면서 코발트 국제 가격이 급등했다. 니켈보다 거의 6배 비싸진 것이다. 고민 끝에 SK이노베이션은 니켈 6·코발트 2·망간 2로 짜인 비율을 재조정, 니켈을 더 늘리고 코발트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회 충전 700㎞ 주행 배터리 개발

고진감래(苦盡甘來).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니켈 함량이 더 높은 소재를 활용,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현존 최고는 383㎞.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SK이노베이션은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2020년까지 700㎞ 이상 달리는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중흥 핵심 기지인 서산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5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그룹 전체 경영 혁신 철학인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의 자사 핵심 실천 과제로 배터리 사업을 천명했다. 김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 분야에 집중 투자,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장담했다. 가까운 장래 석유시대가 막을 내리더라도 SK이노베이션 잠재력은 절대 고갈되지 않도록 '플랜 B'를 일찌감치 가동한 것이다. 2020년 배터리 생산 규모를 지금의 2배가 넘는 10GWh로 늘리고 2025년엔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잠식하겠다는 웅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지금 세계 배터리 시장은 명운을 건 한·중·일 삼국지(三國志)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LG화학이나 삼성SDI 등 다른 한국 배터리업체 경영진들은 지금 배터리 전장을 과거 반도체 산업에 비유하고 있다. 후발 주자였던 한국이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대형 투자를 통해 최강으로 떠올랐던 반도체 산업 신화를 배터리에서도 재현하겠다는 태세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좁지만 중국과 유럽·미국 등 세계 유수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천하를 통일할 준비를 착착 마쳐가고 있다.

◇배터리를 지배하는 자가 천하통일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배터리 생산 설비 규모를 3.9GWh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9GWh면 연 14만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신규 생산을 통해 쏟아지는 배터리는 잇따라 추가 수주한 각계각층 글로벌 프로젝트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면서 "2020년까지 생산 능력을 지금의 3~4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폴란드 공장을 준공, 한국 오창~미국 홀랜드~중국 난징~폴란드 브로츠와프로 이어지는 4각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폴란드 공장 상업 생산도 내년 초 이뤄진다. 삼성SDI는 지난 5월 헝가리에 최첨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공장을 준공, 내년 2분기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소프트웨어 혁신까지 만전

배터리 업계는 하드웨어(설비 증설 투자) 외에도 기술력과 조직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혁신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앞세운 '딥 체인지 2.0' 추진을 위해 이달 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배터리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합적 사업 추진을 위해 배터리 사업본부를 신설한 것. 여기서 사업 지원과 최적화, 마케팅 등 알파에서 오메가를 관장한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핵심 기술 개발 부서도 만들었다. 연말·연초가 아닌 연중에 이런 개편을 단행한 건 반드시 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남다른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조치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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