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신부 2017' 배누리, 더 높은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드라마 속 투정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칭찬 한 마디에 쑥스러운 미소로 화답하다가도 자신의 연기적 생각을 묻자 분명하게 답할 줄 아는 배우 배누리였다. "대중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배우로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라 말하는 그의 비상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배누리는 지난 22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극본 정윤정·연출 김병수)에서 신동만(정동환) 회장의 손녀 신자야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약 반년 가까이 진행된 촬영기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긴 드라마 촬영은 처음이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크다. 사실 제가 힘들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민망할 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 호흡하며 연기한다는 것은 제게 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언제 촬영할지 모르는 기다림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저는 출퇴근 시간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찍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누리는 이번 드라마에서 주로 리조트 대표이자 반인반신 후예 역의 임주환과 그의 비서 민비서 역의 송원근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추다 보니 극의 중심 이야기를 맡고 있는 신세경(소아 역), 남주혁(하백 역), 정수정(무라 역), 공명(비렴 역) 등 또래 동료 배우들과의 촬영은 상대적으로 적었단다. 때문에 함께 같은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얼굴을 본 적은 적었다며 아쉬움을 호소하기도. 그는 "촬영 일정이 주조연을 막론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됐다. 어떤 날은 동해였다가, 또 어떤 날은 부산이 촬영됐다. 제가 주로 촬영했던 리조트는 부산에 있었다"며 "그래서 촬영 초반을 제외하고 또래 배우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 부분이 아쉽기는 했다. 얼마 전 종방연 때 함께 식사하면서 수정 씨, 세경 언니와 '우리는 왜 밥만 같이 먹냐'며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에서 배누리가 연기한 신자야는 여주인공 소아의 중·고·대학 동기로,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라 철이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지만 미워할 수 없는 허당기 넘치는 캐릭터다. 배누리는 "처음에는 역할이 세고 당돌한 캐릭터라 걱정도 많이 됐다. 사실 자야가 악역은 아니다. 미워보이면 안 되는데 징징거리는 대사들이 많아서 미워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부분들을 신경 써서 최대한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아무래도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보니 신선하게 봐 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극 중 신자야를 보면서 2014년 그가 출연한 코믹 판타지 드라마 '스웨덴 세탁소'가 떠올랐다고 하자 배누리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 '스웨덴 세탁소'에서 배누리는 주인공 김봄(송하윤)의 절친으로 과거 칠공주파의 일원일 정도로 거침없는 입담과 성격, 화끈한 의리를 자랑하는 배영미를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영미는 정말 '센캐'였다. 무법자 느낌이었다"며 환하게 웃던 배누리는 "그에 비해 자야는 '센캐'라도 연예인이다 보니까 남들 앞에서는 착한 척도 해야하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얻어내기 위해 굽힐 줄도 아는 아이다. 반면 영미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직진하는 아이였다"고 각각의 캐릭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웨덴 세탁소'에 이어 또 한 번 통통 튀고 발랄한 매력의 캐릭터를 맡게 된 데에는 실제 배누리의 성격이나 풍기는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 배누리는 "저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제가 대체 어떤 이미지길래 이런 역할이 계속 들어올까 싶다. 하지만 실제로 저는 '센캐'는 아니다. 오히려 허당기가 더 많다. '멍 때리기'도 잘한다. 그러다보니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대리만족도 느끼고 재밌다. 코믹한 애드립 할 때 욕심도 생기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누구보다 맞춤형 캐릭터인듯 인물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배누리는 "사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인물에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저와 똑같은 성격의 인물이 아니기에 캐릭터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까 스스로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맞춰가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에서 잔실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적으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린 배누리. 그는 "잔실이는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어렸고,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아서 귀엽기만 하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해품달' 잔실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배우로서는 그 이후로 주춤했던 것 같다. 그때는 저를 향한 주목이나 관심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잔실이도 사실 한 회에서도 한, 두 씬 정도만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결국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괜찮다면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기억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작품이 좋고 제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된다면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장에서부터 연기를 시작한 만큼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법을 터득하는 기특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배누리는 "아무래도 제가 따로 연기를 배웠다기보다 현장부터 경험을 쌓은 케이스다보니 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컸다. 그러면서 생긴 습관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나름의 캐릭터 책을 만들어서 분석하는 것이었다. 물론 하다보면 '이게 맞나?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고민이 크긴 한데 막상 촬영 들어가면 제 분석이 큰 도움이 됐다. 제 스스로 캐릭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더 연기에 대한 이해가 커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깨우침은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소신을 다져온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배누리는 "그동안 작품을 많이 출연했다면 했고 아니라면 아니지만 꾸준히 활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를 막 시작할 때는 너무 어렸고, 나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몰랐던 것 같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고 또 나오면서 제가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배누리는 연기 생활을 이어오면서도 학업 역시 놓치지 않았다.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 출신인 배누리는 "공부에 대한 욕심도 컸다. 나름 학점도 잘 받고 성적 장학금도 받은 적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촬영으로 인해 출석률이 좋지는 않았지만 시험기간에는 어떻게든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시험기간에 촬영이나 오디션이 잡히면 직접 교수님께 가서 양해를 구하고 따로 시험을 보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과 특성상 저와 같은 경우가 많다보니 학교에서도 많이 배려해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깊어진 연기에 대한 깨달음과 지금까지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얻게 된 노하우를 장착한 배누리는 지금보다 더 높은 비상을 꿈꿨다. 더욱이 최근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전 소속사 키이스트를 떠나 에코글로벌그룹에 새로운 둥지를 튼 만큼 배우로서 빛낼 그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이 만들었다. 배누리는 "20대 중반이 된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새 회사로 옮기면서 마음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촬영이 없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거나 밖에 나가도 혼자서 주로 많이 보낸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좋아한다. 사실 행복한 백수 생활이다. 전에는 작품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 싶어서 초조하고 불안하기 일쑤였는데 요즘에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즐길 줄 알게 됐다.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체력적, 마음적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충전을 하고 또 다른 도약을 향한 각오를 내비쳤다.
끝으로 배누리는 "제가 배우로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사실 주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고 배우 배누리로서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싶다"며 "아무래도 지금보다 인지도가 더 높아지면 많은 분들이 저를 보시면서 '나 배누리 좋아, 배누리가 나오면 다 재밌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라는 배우가 많은 분들에게 신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배우로서 대중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배누리|하백의 신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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