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에서 뛰는 학생 선수들에게는 야구를 좋아하는 ‘순박함’이 보였다. 패색이 짙어지면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꽤 있다. 이런 절실함에, 승부의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생동감까지 더해지면서 고시엔구장에서는 선수와 관중 모두가 일체감을 갖는 것 같았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한국의 고교선수들과 여러가지 차이가 보였다.
우리 고등학생 선수들과는 외모부터 많이 달랐다. 최근 울산공고 선수들을 가르치며 고등학생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일본 학생들이 뛰는 것을 보다 보니 우리 학생들의 몸집이 매우 크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영향인지, 우리 학생들은 크고 힘도 좋은 편이다. 그에 비해 일본 학생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이번 고시엔대회에 출전한 투수 중에는 정통파 유형의 대단한 투수가 없는 듯 했다. 과거 고시엔대회 스타였던 마쓰자카 다이스케 같은 대투수는 아니더라도 정통파 투수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기교파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볼 스피드로 보면, 우리 고등학생 선수들에 비해 떨어졌다. 다만 던지는 폼이 모두 예뻤다. 스피드가 나지 않아도 제구만은 다들 빼어났다. 우리 고교선수들과 두드러지게 차이 나는 대목 아닌가 싶었다.
대회를 보며 든 생각 중 하나는 ‘일본에는 포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볼을 받고 빼서 던지는 동작이 우리나라 프로선수 만큼 빨랐다. 고교 포수 같지 않게 대부분이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리나라 야구가 아마추어나 프로 가릴 것 없이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야수들의 동작도 깔끔했다. 대부분이 손목을 이용해 빠르고 가볍게 공을 던지는 ‘스냅 스로’에 능숙했다. 우리 고교 내야수들은 대부분 ‘스냅 스로’가 안된다. 과거 우리 선수 중에는 유격수 김재박과 2루수 배대웅 정도가 스냅 스로가 매우 뛰어났지만, 지금까지도 대체로 그렇지는 못하다.
그런데 일본 고교야구의 큰 흐름에서 변화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조금 더 봐야겠지만 옛날보다 번트 작전이 많이 줄어든 게 눈에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알루미늄 배트의 반발력이 갈수록 좋아져 고교야구가 공격 지향적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했다. 경기 후반 5점 이상 리드당해도 끝까지 따라붙으려는 게 공격력에 대한 개념 변화 때문으로도 보였다.
그에 비하면 요코하마로 이동해서 본 프로야구는 또 달랐다. 한신-요코하마전이었다. 프로야구 관중의 열기도 대단했다. 그날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만원이었다. 한쪽의 파란 물결과 다른 한쪽의 노란 물결이 대단한 볼거리였다. 구단 관계자는 “구장에 팬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구단 입장에서 너무 고맙다”는 얘기를 내게 몇 번씩이나 했다.
그런데 야구 자체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3회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 두 팀 모두 ‘스리 번트’를 시도했다. 또 모두 실패했다. 요코하마 벤치에는 외국인 사령탑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이, 한신 벤치는 가네모토 도모아키 감독이 지키는데, 둘 모두 경기 초반 스리번트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투수 타석이 하나 있긴 했지만, 다른 한쪽은 야수 타석이었다. 뭐랄까, 고시엔야구를 보다가 프로야구를 보니 오히려 싱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런 차이가 보였다. 고시엔 고교야구는 움직임은 많지만 ‘수’가 적고, 일본프로야구는 움직임은 적지만 벤치에서 계산하는 ‘수’가 많은 게임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일본프로야구를 보다 보니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스피드와 긴장감 같은 것은 고교야구에서 월등히 많이 보였다.
<일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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