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총수 없는 네이버?..지배구조 뜯어보자
[경향신문]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정보기술(IT) 업계 거물과 우연히 마주쳤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50)이었다.
이 전 의장이 공정위에 직접 나타난 것만으로도 뉴스감이었지만, 청사 안에서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직원들을 대거 대동하며 나서는 재벌 총수들과 달리 이 전 의장은 임원진 두어명만 수행케 했다. 얼굴을 알고 있던 기자조차도 이 전 의장이 맞나 싶어 고개를 갸웃할 정도였다.
다만 이 전 의장 일행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긴장감은 예사롭지 않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내 깍듯한 태도였고, 법무담당 이사는 다른 일로 늦었는지 얼굴이 상기된 채 이 전 의장 뒤를 황급히 쫓아갔다. 현직 의장도 아닌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인’을 만나러 온 길인데, 진땀까지 흘리며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네이버는 현재 지배구조가 ‘이상적 형태’라며 공정위에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꼼꼼히 따져야 할 대목들이 있다. 네이버 지분율이 4.6%인 이 전 의장은 ‘5% 이상 대주주’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이사와의 관계나 의사결정 구조상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로서는 네이버의 외견이 아닌 실제 지배구조를 꼼꼼히 뜯어봐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규제를 면제받을 만큼 ‘기존 재벌의 틀’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가 많다. 네이버의 ‘총수 없는 기업’ 지정 요구가 알려진 뒤 관련 기사에는 “(네이버는) 사업에 다 손을 뻗어 옛 문어발 재벌이랑 다를 게 없다” “책임은 지기 싫고 혜택만 누리고 싶나” 같은 댓글이 많았다. ‘상생’을 표방하고도 네이버가 광고나 미디어 유통 분야에서 여전히 시장지배와 횡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존 재벌과 닮았다는 비판은 여전한데, 달리 대우해달란 요구가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전 의장은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박용하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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