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정치색 옅어진 태극기.. 광복절 '명예회복'하나

이창수 2017. 8. 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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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118명 설문조사.. "게양하겠다" 72% 응답

“이번엔 달았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51)씨는 광복절을 앞두고 주말인 지난 12일부터 일찌감치 태극기를 집 앞에 걸어놨다. 앞서 3·1절이나 제헌절에는 꺼내지도 않았다. 국경일 때 꼬박꼬박 태극기를 달았지만 올해는 왠지 태극기가 특정 정치성향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애초에 친박(친박근혜 전 대통령)집회를 ‘태극기 집회’라고 부른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이들 집회가 잠잠해지면서 태극기의 정치색이 많이 옅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보수집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태극기가 광복절을 맞아 제자리를 찾는 분위기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줄면서 태극기 게양도 늘고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태극기 게양 독려도 이어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경일이면 반복되는 애국심 고취를 위한 태극기 게양 운동이 또 다른 ‘국가주의의 강요’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광복절을 맞아 성인 1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72.4%(809명)가 ‘이번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경일에 ‘매번 게양한다’는 응답이 22.9%, ‘되도록 게양한다’가 49.9%로, 태극기 게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10명 가운데 7명꼴이었다.



실제 직장인 김성민(29)씨는 기자가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비합리’, ‘비이성’의 상징 같았던 태극기였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씻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 ‘태극기 집회’가 한창이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3·1절을 앞두고 성인 2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선 ‘3·1절에 태극기를 게양할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58%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꼴로 태극기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며 “특정 집단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대학생 김영우(27)씨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누군가 태극기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폭력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면서 지자체 등이 태극기 게양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애국심 고취를 위해 가로기와 가정·차량용 등 태극기 3300개를 배포하고 ‘태극기를 달자’고 구호를 외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광복절을 앞두고 2000여개의 태극기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태극기무궁화사랑회’ 관계자는 “국경일에 태극기가 많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국민들의 애국심이 과거와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조건 태극기 게양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즉 국가가 국민에게 애국을 강요하는, 이른바 ‘국가주의’의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는 “상명하달식으로 태극기 게양을 강조한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없던 애국심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애국심’이란 개념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행정주의적 마인드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강남구 관계자들이 태극기 배포를 명목으로 민간업체로부터 1억30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가 지난 5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도 이 같은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정치인, 공무원들의 기록주의, 성과주의적 행태가 여전하다”며 “국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진정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선 복지안전망 정비 등 국가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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