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寒담] 엉뚱한 곳으로 튀는 '청년 버핏' 논란

전준범 기자 2017. 8. 14. 16: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석(48) 가치투자연구소 대표와 신준경(44) 스탁포인트 이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어 개미들 사이에서 재야의 고수로 통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 김 대표는 ‘남산주성’, 신 이사는 ‘게임조아’라는 필명으로 유명합니다.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왼쪽)와 신준경 스탁포인트 이사 / 페이스북 캡처

최근 두 사람은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청년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박철상(33·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씨의 주식 투자 성과와 경력이 상당 부분 거짓이거나 부풀려진 사실을 밝혀내는데 크게 기여한 것입니다. 박씨는 주식 투자로 400억원대 자산가가 된 후 장학사업에 뛰어든 걸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죠.

김 대표와 신 이사의 집요한 추적에 박씨는 결국 “주식으로 400억원을 번 사실이 없으며, 홍콩 투자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니 다행”이라며 김 대표와 신 이사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박씨의 고해성사로 끝난 줄 알았던 해프닝이 엉뚱하게도 김 대표와 신 이사의 신경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김 대표가 “거짓말쟁이 박씨도 문제이지만, 신 이사도 문제가 많다”며 신 이사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아군처럼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김태석 대표 “신준경·박철상 야합 있었을 것”

박철상씨 / 박철상씨 제공

현재 김 대표는 신 이사와 박씨가 일종의 야합(野合)을 시도했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은 만나지도 않았으면서 만난 척을 했고, 다음날 10시에 뭔가를 함께 발표하려고도 했다”며 신 이사와 박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박씨의 양심 고백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건 이달 8일입니다. 박씨는 실토 전날인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신준경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 내용은 내일 오전 10시에 남기겠습니다”라고 적습니다. 신 이사 역시 “박철상을 만났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일 오전 10시에 올립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앞서 신 이사는 박씨를 향해 “진짜로 400억원을 벌었다면 내게 직접 계좌를 보여달라”며 “사실이 확인되면 박씨가 원하는 단체에 현금 1억원(나중에 3억원으로 인상)을 약정 없이 일시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신 이사가 박씨 계좌를 드디어 확인하고 온 모양”이라며 흥분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새벽, 박씨와 별도로 통화해 사실 여부를 파악한 김 대표가 신 이사보다 먼저 박씨의 실체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알려진 기사 내용, 말과 행동의 상당 부분이 거짓임을 조금 전 박씨에게 직접 확인했다. 박씨가 주식으로 번 돈은 400억원이 아니고 수억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24억원을 기부했고, 그중 10억원은 자신의 기부 철학에 동참한 몇몇 사람이 보내준 돈을 본인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란다”고 폭로합니다.

조선일보DB

김 대표의 글을 읽은 신 이사도 곧이어 “결국 박씨가 다른 사람(김태석 대표)에게 고백하고, 그분이 글을 써버렸다. 난 본인에게 좀 더 미화할 시간을 줬는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신 이사와 박씨가 설정한 엠바고(보도유예)를 김 대표가 지켜주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그는 “박씨를 통해 알고보니 둘은 만나지도 않았더라. 본인 돈 1억~3억원을 걸면서까지 박씨 계좌를 검증하겠다던 신 이사는 통화만 해놓고 마치 만나고 온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두 사람의 통화 내용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심지어 신 이사는 박씨에게 이번 일을 해피엔딩으로 끝내자면서 각자 올린 비방글을 삭제하고 기부금 전달식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외부에는 신 이사가 박씨의 사기 행각을 밝혀낸 이 시대의 정의로운 영웅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대표는 “신 이사도 결국 본인 영업에 박씨를 활용하려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신준경 이사 “황당한 주장…이슈 주도권 빼앗기니 시비”

김 대표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신 이사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준경 이사에게 계좌 공개를 요구하는 김태석 대표 / 페이스북 캡처

먼저 신 이사는 박씨와 실제로 만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박씨에게 계좌 인증하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한 후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얼떨결에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는데, 대구에 사는 박씨를 만나기엔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일단 통화부터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이사는 “박씨가 전화로 그간의 거짓을 이미 실토했는데 굳이 만나서 계좌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만나고 온 척한 건 죄송하지만, 당시에는 기부왕 신화가 허상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씨에게 함께 해피엔딩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이유는 뭘까요. 신 이사에 따르면 박씨에게 퇴로를 만들어주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그는 “한 젊은이가 허언증이 좀 심할 뿐인데 내가 너무 가혹하게 매장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 마음을 요약하자면 ‘이 정도에서 끝내줄테니 더는 400억원 벌었다고 떠들고 다니지 말아라’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이사는 “김 대표가 이번 이슈와 관련해 자신이 주목 받지 못하자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박씨에 대해 수년 전부터 의혹을 제기한 공간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가치투자연구소인데,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신 이사)이 느닷없이 박씨 저격수로 등장해 언론에 소개되니 불편해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김 대표는 신 이사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14일 “매번 150억원 이상 있다고 말하던데, 계좌 공개하고 인증하면 당신이 원하는 곳에 내 돈 1억원을 기부하겠다”며 신 이사를 자극했습니다. 신 이사가 박씨에게 제안했던 방식을 그대로 활용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 역시 반응이 없으면 3억원으로 베팅금을 올리겠다”고 전했습니다.

한때 이 시대의 진정한 기부천사라며 전국민이 나서서 칭송하던 젊은이가 실망감만 잔뜩 안기고 떠나간 자리에서 재야의 고수라는 두 주식 전문가가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갈등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상황을 보면 볼수록 씁쓸한 기분만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