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이 성공하려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해야

2017. 8.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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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16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소유권과 세입자의 영업권을 균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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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ㅣ정원오 성동구청장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가 2004년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상수동으로 간 ‘이리 카페’, 지난해 한때 월세가 너무 올라 다시 밀려날 위기에 몰렸다 새 건물주와 계약을 새로 맺고 자리를 지켰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16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 환산액) 기준금액을 올려 상가 세입자의 90%가 법의 보호를 받게 하고, 현행 9%인 임대료 인상 가이드라인을 합리적으로 내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세입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방정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것부터 먼저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 의미로 외교가에서 자주 인용되는 격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가임대차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처하기로 한 것도 선이후난의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쉬운 것을 먼저 함은 결국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함이다. 쉬운 문제를 해결한 것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선이후난의 지혜가 아니라 미봉책일 뿐이다.

성동구는 지난 3년 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 끝에 깨달은 것은 미비한 법과 제도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하기도 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지방정부의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9년까지 보장되는 임대 기간이 한국에서는 5년만 보장된다. 영국과 프랑스·일본에서는 재건축 등 건물주의 필요로 상가 세입자를 내보낼 때, ‘퇴거 보상금’을 치르게 한다. 반면 한국에는 퇴거보상제도가 없다. 게다가 권리금 회수 기회마저 빼앗긴다. 이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상가나 점포 등 유형자산 보호에 치중되어 있고, 세입자들이 노력으로 쌓은 무형자산 보호에는 소홀한 탓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보다 상가 세입자들이 쉽게 쫓겨난다.

미비한 법과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상가 사냥꾼들이 편법으로 세입자를 내쫓고 건물값과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리도록 부추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상가 세입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이 황폐해질 즈음, 상가 사냥꾼들은 이미 지역을 떠나고 그들 때문에 지역의 가치가 하락한 결과는 고스란히 평범한 건물주들에게 떠넘겨진다. 빈 건물이 늘어나며 임대료와 건물값이 하락하는 것이다. 한때 전국 최고의 상권이었던 압구정, 신촌, 이대 상권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소유권과 세입자의 영업권을 균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재건축 등의 사유로 퇴거될 때, 퇴거 보상금과 우선 임차권이 부여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뉴욕과 파리처럼 지방정부가 도시계획, 조례 등을 통해 자체적인 권한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단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할 자치’라는 기형적인 행정 구조 때문에 한국의 지방정부는 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전국 40여개 기초자치단체장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 정부협의회’를 결성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재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은 상가 세입자의 영업권뿐 아니라 선량한 건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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