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나왔다..30조원 투입해 '비급여'도 전액 보장
미용·성형 제외한 모든 진료

그동안 환자가 부담해온 비급여 항목을 정부가 전액 보장·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가 나왔다. 비급여 항목이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치료비 항목을 말한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연일 도발을 예고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세부 추진 방안을 직접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브리핑을 열고 “건강보험 혜택 없이 환자가 전액 부담해온 의학적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30조 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 부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대폭 낮춰 상한제 인하의 혜택을 받는 환자가 현재 70만명에서 2022년 190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리겠다"면서 “모든 중증 질환를 위한 의료비 지원 제도를 만들고 소득 하위 50% 환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면 국민 부담 의료비가 2015년 기준 보다 약 18% 감소하고 비급여 부담도 64% 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동안 정부가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왔으나 건강보험 보장률이 지난 10년간 60% 초반에서 정체돼 국민들의 정책 체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책은 비급여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새 패러다임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 미용·성형 뺀 MRI·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 건강보험으로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MRI, 초음파 검사 등 건강보험 혜택을 보장받지 못했던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할 방침이다. 단, ‘미용·성형’ 목적의 치료는 비급여로 남을 예정이다.
정부는 비급여로 분류됐던 항목들은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하고 3~5년 후 다시 평가해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로봇수술 등을 포함해 3800여개이며 2022년까지 차레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준 비급여의 횟수‧개수 제한은 2018년까지하며 MRI‧초음파는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급여화한다.
구체적으로 인지장애, 디스크(추간판탈출증)에 대한 MRI 검사는 내년 안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후 2019년 혈관성 질환‧복부(간‧담낭‧췌장), 2020년 근육‧연부조직 질환‧양성종양, 염증성질환에 대한 MRI검사 비용도 급여로 바뀐다.
초음파의 경우 심장‧흉부질환‧비뇨기계, 부인과 검사부터 급여화한다. 2019년 두경부·갑상선 질환‧수술중 초음파를, 2020년 근골격계 질환, 근육‧연부조직·혈관 질환에 대한 초음파 검사까지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한다.

신경인지기능검사,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 다빈치 로봇수술, 만성질환 교육상담료, 백내장 검사, 척추‧통증 치료 등 현재 비급여 목록에 있는 '등재비급여' 항목들도 우선 순위를 따져 단계별로 해소할 계획이다.
다만, 약제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특성 등을 고려해 현재의 선별등재(positive) 방식을 유지하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도입한다.
예를 들면, 특정 항암제의 경우 위암 환자일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다른 암일 경우 경제성이 미흡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왔은데, 앞으로는 사회적 요구도 등을 고려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90%으로 차등해 급여화하는 방식이다.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치료와 검사를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심사체계 개편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 선택진료 폐지·상급병실 건보 적용·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2018년부터 선택진료는 완전 폐지된다. 기존에는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약 15%에서 50%까지 추가비용을 환자가 부담했지만, 앞으로는 선택진료의사, 선택진료비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 선택진료 폐지에 따른 의료기관의 수익 감소는 의료질을 높이기 위한 수가를 신설하고 조정해 보상할 예정이다.

상급병실료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 등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 이상 다인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다만 1인실은 중증 호흡기 질환자, 출산직후 산모 등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1~3인실 본인부담은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감안해 기존 20%보다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병상을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간병인과 보호자 등의 병실상주를 제한하고 전문 간호인력 등이 입원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대부분 입원병동에서 간병은 사적 간병인 또는 가족이 해결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7월 기준 353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2만346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 新포괄수가제 적용 확대… ‘실손보험’도 손질
기존의 비급여 해소와 함께 새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신(新)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한다.

신포괄 수가제는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입원료, 처치료, 검사료, 약제 등)를 묶어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관별 비급여 총량 관리에 효과적인 제도다.
정부는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어 진료량을 증가시키기 쉽고 비급여 가격, 빈도 등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정 수가 보전과 비급여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으로 절감된 비용을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인센티브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항목이 새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급여 또는 예비급여로 편입되도록 하고, 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실시 의료 기관을 제한해 실시한다.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이 추진된다. ‘공·사보험 연계법’은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건강보험, 민간보험 간 연계 관리하는 방안을 규정하는 것이다. 아직 세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사보험 협의체’를 구성해 보장범위를 조정하고 손해율과 반사이익 등에 관한 조사를 벌여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의료의 과(過)이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체 의료비 관점에서 공․사보험을 연계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노인·아동·여성 의료비 부담 낮춘다
노인, 아동, 여성 등 경제‧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필수적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치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신경인지검사, MRI 등 고가 검사들을 급여화한다. 또 중증 치매 환자(약24만명)에게는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현행 20~60% 수준에서 10%로 대폭 인하한다. 이와 함께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5~10%로 경감한다.
또 노인 틀니·치과 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을 현 50%에서 30%로 인하해 치과 의료비 부담을 대폭 완화한다. 틀니 비용은 1악당 55만~67만원인데 33만~ 40만원으로, 임플란트는 1개당 60만원에서 36만원으로 줄어든다.
외래 진료시 1만5000원 이하 진료비에 대해서는 1500원 부담하는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일차의료기관의 포괄·지속적 관리와 연계해 본인부담을 경감하고 노인외래정액제는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계획이다.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의 경감 적용대상과 폭을 대폭 확대하고, 충치 예방 및 치료 시 본인부담 완화 등 아동의 의료비도 경감한다.
현재 6세 미만 아동의 경우 입원 진료비를 10%만 본인 부담하도록 했는데, 입원 진료비 본인 부담 경감 적용 대상과 폭을 확대해 15세 이하 소아 청소년의 입원 진료비는 5%만 내도록 한다. 또 내년 어린이 전문재활치료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2019년부터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 확충을 추진한다.
기존 만 44세 이하 여성에게 정부 예산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100만~3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던 난임 시술(인공수정, 체외수정)에도 올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4대중증질환자에 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온 ‘부인과 초음파’도 내년부터 모든 여성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의 보조기 급여 대상을 확대하고, 시각장애인용 보장구 등에 대한 기준금액도 인상해 장애인 의료비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정부 “국민 부담 의료비 약 18% 감소 전망”
정부는 앞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는 약 18% 감소돼 2015년 기준 50만 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줄고 비급여 부담도 6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연간 5백만원 이상 의료비 부담 환자도 2015년 기준 현 39만명에서 약 66%(13만명) 감소하고 저소득층은 12만명에서 6000명으로 95%까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 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효율적 지출을 줄이는 사후관리 강화, 예방중심 건강관리 등 재정절감대책도 병행해 보험료 인상률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10년간 평균 보험률 인상률은 3.2%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이런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면 160일을 입원 치료 받았을 때 1600만 원을 내야했던 중증치매환자는 앞으로는 같은 기간, 150만원만 내면 충분하게 되고, 어린이 폐렴 환자가 10일 동안 입원했을 때 내야 하는 병원비도 1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는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감소하고,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한 민간의료보험료 지출 경감으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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