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왜 누구는 월급을 현금으로 못 받을까? / 김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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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강원 영월군 영월읍·하늘샘 지역아동센터장 우리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시는 분은 아이들이 아니라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들이다.
분노는 어르신들의 몫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어이없이 무너져내린 일상에 황망해하셨고 일방적인 행정에 서운해하셨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가맹점이 늘었다 해도 어르신들이 자주 가는 재래시장은 여전히 강원상품권을 내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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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용희
강원 영월군 영월읍·하늘샘 지역아동센터장 우리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시는 분은 아이들이 아니라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들이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공부방과 도서실, 조리실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으신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일해 손에 쥐는 돈 22만원. 그것은 주로 가까운 병원과 약국에 다니고 재래시장에서 장 보는 데 쓰였다. 영월 읍내에서 좀 떨어져서 사시는 어르신은 간혹 택시비로 사용하시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졌던 일상이었다. 그것은 지구의 자전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이면 일하러 갈 데가 있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급여로 쓰고 싶은 데 쓸 수 있다는 만족감이 준 달고 깊은 잠이었다.
지난 6월1일, 갑자기 그런 일상이 무너졌다. 담당 직원이 급여의 대부분을 강원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한다. 서명을 하지 않으면 오늘부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니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꼼꼼히 따져보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분노는 어르신들의 몫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어이없이 무너져내린 일상에 황망해하셨고 일방적인 행정에 서운해하셨다. 당장 그걸 받아서 어디 가서 써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가맹점이라고 적힌 곳이라고 안내문을 주었지만 어르신들이 잘 가는 곳이 아니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가맹점이 늘었다 해도 어르신들이 자주 가는 재래시장은 여전히 강원상품권을 내밀지 못한다.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일해서 돈 대신 받은 상품권인데 신발가게에서 여름 슬리퍼 하나도 제대로 사 신을 수가 없다고 속상해하신다. 어르신들에게 평범한 일상이란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니던 나들가게에서 두부를 사서 저녁 식탁을 밝히는 것이다. 강원상품권을 쓰겠다고 택시를 타고 영월 읍내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센터 아이들이 그런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에서는 ‘왜 누구는 월급을 현금으로 못 받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이것을 차별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았다. 행정자치부 감사에서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제실험을 취약계층에게 하고 있다”고 지적을 하였다. 우리는 희망이 있는 세상을 원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받드는 삶을 사는 것, 노인 일자리 상품권 급여 지급, 지금 바로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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