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그래도 떠난다"..아쉬운 동메달, 볼트는 '미련 없이' 은퇴 외쳤다

김현기 2017. 8. 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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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육상 선수 ‘번개’ 우사인 볼트(왼쪽)가 지난 2011년 9월2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0m 준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대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뛰고 나서 다리가 아픈 적은 처음이다. 갈 때가 됐다.”

은퇴 무대로 삼기엔 아쉬움이 가득한 레이스임에도 그는 “이제 끝이다”라고 말했다.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마지막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6일 영국 런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에 그쳐 3위를 차지했다. 그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 머물렀던 저스틴 게이틀린(35·미국)이 9초92로 정상에 올랐고 미국의 21살 신예 크리스 콜먼이 9초94로 은메달을 땄다.

◇ 최악의 스타트+훈련 부족=생애 첫 동메달
출발이 너무 느렸고 전매특허인 막판 스퍼트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볼트의 부진은 이미 예선과 준결승에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예선에서 10초07을 기록해 전체 8위에 머물렀던 그는 준결승에선 9초98로 페이스를 끌어올렸으나 콜먼에 이어 조 2위로 결승에 올랐다. 볼트는 특히 스타트에서 고전했다. 예선에선 출발 반응속도가 0.166초로 중위권이었고 준결승에서도 0.166초였는데 같은 조 선수들 중 꼴찌였다. 그는 예선 직후엔 “출발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로 걱정과 불평을 동시에 드러냈다. 결승에선 출발 반응속도가 0.183초까지 떨어져 최하위로 들어온 수빙텐(중국·0.224초)을 제외하곤 가장 느렸다. 게이틀린의 출발 반응속도 0.138초와 비교하면 0.045초가 뒤졌는데 이는 레이스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볼트는 레이스 직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출발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했다. 내게 너무 많은 압박감을 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출발이 늦었다면 후반부에서 따라잡았어야 했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볼트는 50~60m 지점에서 가속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려 선두로 치고 나오는 스타일인데 마지막 무대에선 좀처럼 스퍼트가 이뤄지지 않았다. 옆 레인의 콜먼이 악착같이 볼트를 따돌렸고 30대 중반의 노장 게이틀린은 70m 지점까지 중위권을 달리다 마지막에 힘을 쏟아부어 역전극을 일궈냈다. 볼트는 “출발이 끔찍했다. 보통은 점점 나아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볼트는 지난 4월 가까운 친구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인 저메인 메이슨(영국)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충격에 빠져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지난달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9초95로 우승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지만 더 좋은 기록을 내진 못했다.

◇ “다리가 아프다. 이젠 떠날 때가 됐다.”
볼트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두 개를 따냈다. 올림픽에선 금메달만 8개를 갖고 있다. 단거리 인생 첫 3위란 기분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볼트는 승자 같은 대접을 받았다. 그에 대한 환호는 다르지 않았다. 결승을 앞둔 경기장 분위기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때와 비슷했다. 볼트가 연호될 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반면 게이틀린이 호명될 땐 야유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게이틀린은 2001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암페타민이 검출돼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복귀 이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100m 금메달을 따내 명예회복을 하는 듯 했으나 2006년 역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적발돼 8년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가 4년으로 줄어 2010년부터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팬들은 그의 두 차례 도핑 전력에 등을 확실히 돌렸다.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도 그의 우승 직후 야유가 가득했다. 박수는 오직 볼트의 몫이었다. 게이틀린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볼트 앞에 무릎을 꿇어 은퇴하는 그에게 예의를 다했다. 볼트는 그와 포옹하며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볼트는 오는 13일 남자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로 뛸 확률이 높다. 개인전 출전은 동메달을 딴 이번 100m 결승이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아쉬움이 많아 “한 번 더”를 외칠 법도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볼트는 “관중이 이렇게 성원해주니 슬프기도 힘들다”며 “마무리는 실망스럽지만 전력을 쏟아부었으니 불평할 순 없다”고 했다. 선수 생활 연장 의사에 대해선 “끝이다. 몸이 (은퇴할)때가 됐다고 한다. 이젠 다리가 아프다. 뛰고 나서 이렇게 다리가 아프긴 처음이니 갈 때가 됐다”며 번복 의사가 없음을 명확하게 전했다. 우승한 게이틀린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며 “국제대회에서 야유를 많이 받지만 이겨내기 위해 더 힘껏 달렸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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