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이적한 다르빗슈 유가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저스의 일원이 됐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마감 시간 10분 전만 해도 텍사스 레인저스 클럽하우스 라커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다르빗슈. 마감 시한 직전 트레이드는 성사됐고, 애틀랜타 원정을 떠난 다저스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다저스에서 한 번의 불펜 피칭을 소화한 뒤, 한국 시간으로 5일 뉴욕 메츠와의 원정 1차전에 선발로 나섰습니다. 텍사스가 아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첫날입니다. 텍사스에서의 마지막 등판에서 10실점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줘 부담도 컸던 다르빗슈는 성공적인 데뷔전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습니다. 이적 후,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저스에서의 첫 등판은 대성공.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다르빗슈 유는 7이닝 동안 10탈삼진 1볼넷 3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최고 구속도 96.9마일. 제구력까지 갖춰 강한 인상을 남긴 LAD 데뷔전이었습니다.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등판이었습니다.

다르빗슈는 공수 교대 시간에 더그아웃에서 전광판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전광판에 비친 타 구장 소식이 낯설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5년 반 동안 보지 못했던 글자. 타 구장 스코어 보드에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보인 것입니다. 다르빗슈 유는 “전광판 타 구장 소식에 텍사스가 보여 이상했다.”며 아직은 LA 다저스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음을 알렸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게 유니폼도 회색과 파란색. 글자만 바뀐 느낌이었습니다.
이랬던 다르빗슈 유는 등판 다음 날인 6일. 다저스의 일원이 되기 위한 적응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류현진’.
“현진~ 그럼 내가 형이네”

등판을 하루 앞둔 류현진, 전날 등판을 했던 다르빗슈는 회복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스트레칭, 캐치볼, 러닝을 소화한 뒤, 외야에서 공 줍기를 시작했습니다. 회복훈련이었던 다르빗슈 유는 캐치볼만 간단히 마치고, 공 줍기를 위해 외야로 이동했던 상황.

다르빗슈가 류현진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류현진은 다르빗슈가 부르자, 곧바로 뒤돌아 주먹을 맞대며 파이팅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르빗슈는 막힘없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나이’.
Yu, “현진~ 넌 몇 살이야?”
Ryu, “한국 나이로 30세. 1987년생. 다르빗슈 유는?”
Yu, “난 1986년생”
Ryu, “아.. 그렇구나.”
여기에서 류현진이 뭔가를 더 이야기하면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입을 다물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다르빗슈 유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선제압 할 기회 말이죠.
Yu, “한국에선 선후배 문화가 어때?”
‘아.. 딱 걸렸다.’는 생각이 든 류현진. 통역 이종민 씨를 통해 한국의 선후배 문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줬습니다.

이에 질세라 류현진도 일본 선후배 관계와 문화를 물어봤지만, 나이로 보나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보나 류현진은 후배이자 동생입니다. 자세부터 달라졌습니다.

다르빗슈는 자기가 형이자 선배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다르빗슈의 붙임성과 재치있는 말을 류현진도 좋아하는 표정입니다.
둘이 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들의 대화 2탄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엔 경기 중 더그아웃 벤치에서 이뤄졌습니다.

더그아웃 벤치에 자리 잡고 앉은 류현진은 다르빗슈, 마에다와 함께 쉼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통역 이종민 씨에 의하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대화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류현진은 한국말을 알려주고, 다르빗슈는 일본말을 알려줬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사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류현진은 전지훈련차 일본을 방문했던 이야기와 어깨 수술 후, 재활하면서 일본을 갔다는 말도 했습니다.

류현진이 누군가를 흉내 내다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첫 등판을 마치고 본격적인 다저스 적응기에 돌입한 다르빗슈. 그는 류현진과 제일 먼저 대화를 시도했고, 둘은 정말 잘 통했습니다.

다저스에 대해 아직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던 다르빗슈는 하나씩 배우고, 동료들과 대화하며 적응할 것입니다.

한국 팬들에게 유리베와 류현진은 ‘류씨 형제’로, 커쇼-그레인키-류현진은 ‘다저스 서유기(손오공-사오정-저팔계)’로 불렸습니다. 다르빗슈 유와 류현진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불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좋은 피칭 펼치는 두 선수가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현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