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sprinters] K리그에서 제일 빠른 선수 찾기
[포포투=정다워(울산,강릉,인천)]
거의 모든 종목에 해당하지만 특히 축구에서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90분 내내 달리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빠르고 잘 뛰는 선수에게 유리한 것만은 확실하다. 호기심 많은 <포포투>가 ‘비공식’ 육상대회를 개최한 이유다. 빠르다고 하는 K리그 선수들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했다.

축구에서 스피드란?
스피드는 축구선수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스피드를 보유해야 맡겨진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공격수든 미드필더든 수비수든, 발이 빠르면 무조건 좋다. 육상선수 출신 축구선수가 허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된다. 신체 균형과 운동 감각이 좋아야 잘 달린다. 고정운 SPOTV 해설위원은 “육상을 잘하면 보통 다른 운동도 잘한다. 어느 정도의 운동 능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축구에서 중요한 건 단거리 스피드, 순발력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도중 선수가 전력질주 하는 거리는 짧게는 10m에서 길어야 40m 정도다. 50m 이상을 스프린트 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에게 익숙한 100m 기록보다는 순간 스피드가 좋아야 한다. 최태욱 서울이랜드FC U-15 감독은 “10m 스피드가 제일 중요하다. 공을 놓고 경합하는 거리다. 이 거리에서 빨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 축구에선 스피드를 활용하는 게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공수 간격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압박이 워낙 타이트해 공격수들이 발을 활용할 공간이 많지 않다. 고정운 해설위원은 “내가 현역 시절엔 공수 간격이 70m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30~40m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의 스피드로 수비를 뚫는 게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스피드보다는 전체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최태욱 감독은 “지금은 다 잘해야 한다. 스피드는 물론이고 체력, 전술 이해도 등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100m 기록은 궁금하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체력장을 하면 빠른 기준은 늘 100m 기록이었다. 과거에는 기자들이 임의로 선수의 기록을 정했다고 한다. 고정운 위원은 “난 한 번도 100m를 달려본 적이 없는데 빠르다는 이유로 그냥 11초라고 쓰더라. 그땐 다 그랬다. 빠르면 다 11초였다”라고 회상했다. 최태욱 감독의 경우 정확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기록이 11.07초였다고 한다.
K리그에서 제일 빠른 선수 찾기
<포포투>가 트랙 위에 섰다. K리그에서 빠르다고 소문난 선수들의 달리기 기록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총 6명의 스프린터들이 참가했다. 자, <포포투 육상대회> 1등은요…!

FFT: 언제부터 빨랐나?
초등학교 때부터다. 그땐 내가 제일 빠른 줄 알았다. 안산시에서 1등을 했다. 도 대회에서도 3등을 했다. 결승전에서는 구석에서 졸다가 몸도 안 풀고 급하게 나갔는데도 그 정도의 성적을 냈다. 육상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었다.
FFT: 스피드는 타고난 건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것도 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웨이트를 많이 했다. 원래는 하체로만 뛰었는데 상체 근육을 키운 후 스피드가 더 좋아졌다. 주로 잔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했다. 근육이 강해지면서 힘이 생기니까 더 빨라졌다. 아마 1초 정도는 잡지 않았나 싶다.
FFT: 유럽에서도 스피드가 통했나?
당연하다. 나는 그거 하나로 유럽에 갔다. 거기(러시아)서도 나는 빠른 편이었다. 유럽 선수들이 힘은 좋은데 상대적으로 순발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내 나름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FFT: 빠르면 뭐가 좋은가?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 볼만 빠지면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다. 상대가 내 스피드를 의식하기 때문에 그걸 이용할 수도 있다. 나를 막는 수비수들은 웬만하면 덤비지 않는다. 그걸 역이용해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FFT: K리그에서 본 가장 빠른 선수는?
황일수, 진성욱. 둘 다 체형은 막 빠를 것 같지 않은데 진짜 빠르다. 성욱이는 덩치에 비해 정말 빠르다. 그런 애가 빠르면 무섭다. 부딪히면 다칠 것 같다.

FFT: 언제부터 빨랐나?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늘 빠르다고 했다. 육상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100m, 200m 전문이었다. 취미로 하긴 했는데 3~5학년 때 전국 대회에 나가 3위를 했다. 계속 축구부 권유를 받았는데 부모님 반대로 무산됐다. 몇 년 동안 그게 반복되다 결국 축구를 하게 됐다.
FFT: 스피드는 타고나는 건가?
개인적으로 거의 100%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따로 한 적이 없다. 그냥 남들이 하는 훈련만 했다. 타고난 재능이라고 본다.
FFT: 프랑스에서도 스피드가 통했나?
그렇다. 유럽 갈 때까지만 해도 내 스피드가 무조건 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막상 부딪혀보니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감을 갖고 뛰다 보니 내 스피드를 활용할 수 있었다.
FFT: 빠르면 뭐가 좋은가?
심리적으로 상대보다 여유롭게 뛸 수 있다. 상대는 늘 긴장한다. 빠른 것 자체가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능력, 기술은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지만 스피드는 그렇지 않다. 느린 선수가 훈련한다고 갑자기 대단히 빨라지지 않는다.
FFT: K리그에서 본 가장 빠른 선수는?
(김)태환이 형. 고등학교 선배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엄청 빨랐다.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힘, 체력도 좋다. 굉장히 다부진 스타일이다. 풀백을 보면서 능력이 더 빛나는 것 같다.

FFT: 언제부터 빨랐나?
5학년 때 학교 대표로 80m 대회에 나갔다. 그때도 축구선수였는데 빠르다는 이유로 학교 대표로 나갔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가 엄청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만큼 빠른 선수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FFT: 빨라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훈련을 많이 했다. 낮은 허들 스텝을 자주 했다. 그 운동이 순발력에 도움이 된다. 햄스트링에도 도움이 된다. 축구에서는 잔스텝도 중요한데 거기에도 도움이 된다.
FFT: 윙어인데 풀백으로도 뛴다. 빠르면 뭐가 좋나?
시합을 하다 보면 볼 경합을 놓고 5대5로 싸울 때가 있다. 빠르면 그때 좋다. 내가 공을 선점할 수 있다. 풀백으로 뛸 땐 공격수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측면 공격수들은 대부분 빠른데 나도 빠르기 때문에 의식하는 걸 느낀다.
FFT: K리그에서 본 가장 빠른 선수는?
(김)인성이 형이다. 대건고 시절 프로 선수들을 볼 때마다 느꼈다. 멀리서만 보다가 울산에서 형이 뛰는 걸 봤는데 진짜 빨랐다. 순수 스피드만 놓고 보면 아마 리그 최고일 것 같다.

FFT: 어려서부터 빨랐나?
키가 작아서 그런지 원래 순발력이 좋은 편이었다. 나는 달리기가 빠르다기보다는 순발력이 괜찮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FFT: 빨라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어렸을 땐 모래주머니 훈련을 많이 했다. 줄넘기도 좋다. 몸 전체 근육을 잡아준다. 지금도 열심히 하는 운동이다.
FFT: 빠르면 가장 좋은 점은 뭔가?
상대가 공간을 안 주려고 압박을 한다. 그걸 이용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더 많은 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에 가면 상대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간이 많이 생기는데 스피드를 활용해 공략할 수 있다.
FFT: K리그에서 본 가장 빠른 선수는?
(박)용지가 진짜 빠르다. 같은 학교 출신인데 정말 빨랐다. 지금도 스피드는 리그에서 최고 수준일 거다. 진야도 빠르다.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랐다. 적극성도 있어서 뛸 때 역동적이다.

“10, 20대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히 스피드가 많이 줄었다. 나이가 있으니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아직 뛸 만하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웃음) 이젠 노련미로 공을 차는 게 필요하다. 나이 먹으면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100m는 원래 안 빠르다. 난 원래 경기 중에만 빠르거든. (웃음) 상무 시험 볼 때도 13.8초인가 나왔다. 축구 할 때만 빠르면 되지 뭐!”
사진=FAphotos
그래픽=황지영/designAIEM
축구선수의 스피드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포포투> 8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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