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저는 사랑스러운 '겨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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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겨드랑이 털입니다.
애칭으로 '겨털'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저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아직도 부끄럽고 민망하신가요? 저는 그저 당신 몸의 다른 부분과 똑같이, 있는 그대로 사랑스런 '겨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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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저는 겨드랑이 털입니다. 애칭으로 '겨털'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하필 제 주인이 여성인 탓에 수난을 겪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여름철은 극심한 시련기입니다. 레이저와 면도기의 위력 앞에 무차별 제거되곤 합니다. 또 무더운 날씨에 잠시 세상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사람들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기 일쑤지요. 오죽하면 ‘세상과 동떨어진 아마존 밀림 속 무적의 여전사’인 원더우먼을 주인으로 모셨던 겨털도 최근 상영된 영화에는 함께 출연하지 못한 채 낙마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근무지인 겨드랑이는 팔이 움직일 때마다 수시로 마찰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저는 과도한 마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땀을 머금어 위생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겨드랑이 제모의 부작용으로 다한증이 언급되는 건 그 반증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난 15일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에서는 ‘제2회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를 연 ‘불꽃페미액션’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뒤 여성으로서 느끼는 모든 폭력에 저항하겠다는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유쾌·발랄하게만 보였던 이날 대회에는 혹여 여성의 몸에 드리우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 여성과 그 몸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참가자들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자, 보고 또 보고 자꾸 저를 바라봐 주세요. 아직도 부끄럽고 민망하신가요? 저는 그저 당신 몸의 다른 부분과 똑같이, 있는 그대로 사랑스런 ‘겨털’입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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