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마이웨이' 이엘리야, 간절하고 치열하게 '마이웨이'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2009학년도 서울예술대학교 공연학부 연기과 수석 입학. 졸업과 동시에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데뷔. 배우 이엘리야는 연기자로서 정석에 가까운 과정을 밟아왔다. 이는 언제 주어질지 모를 기회를 준비하며 늘 간절하고 치열하게 살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엘리야는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연출 이나정)에서 고동만(박서준)의 전 여자친구 박혜란 역을 맡았다. 박혜란은 잘 나가는 아나운서이자, 이혼 후 고동만에게 돌아와 그를 다시 흔들며 최애라(김지원)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
이엘리야는 박혜란으로 지냈던 몇 달 간의 시간에 대해 “참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촬영을 핑계로 부산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좋았다. 체력적으로 약간 지치긴 했어도 기분 전환도 됐다”라며 촬영 기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쉬움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다”라며 호탕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엘리야에게 박혜란은 그리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이엘리야는 전형적인 악역 표현법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기 때문. 그는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다. 게다가 감독님께서 악역을 전형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절제된 카리스마를 드러내기를 원하셨다. 그게 굉장히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이엘리야는 아나운서인 박혜란을 표현하기 위해 아나운서다운 발성과 발음을 연습해야 했다. 그는 “사촌언니가 아나운서 출신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언니가 녹음해준 음성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연습만 했다. 그리고 언니가 내가 녹음한 것에 대해 피드백을 주면 수정해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엘리야는 “그저 따라 하려고 하니 흉내 내는 티가 나더라. 그래서 계속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 연습에 철저한 성격을 엿보게 했다.
그간 작품에서 긴 머리스타일을 유지해왔던 이엘리야는 박혜란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이는 이나정 감독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엘리야는 “1년 정도 쉬고 들어가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잘랐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하더니 “편해서 좋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박혜란은 이엘리야가 열심히 준비해서 내놓은 역할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혜란의 서사와 감정선이 뒤로 갈수록 다소 허술하게 흘러간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관해 이엘리야는 “작가님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아쉽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작가님은 인터뷰에서 혜란, 건우 등 여러 캐릭터에 관한 서사를 많이 풀지 못해 아쉽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았다”고 박혜란에 대한 만족감을 보여줬다. 이어 그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맞춰 다른 캐릭터들도 진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주인공 고동만 최애라의 스토리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엘리야의 데뷔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었다. 그는 케이블TV tvN 드라마 ‘빠스껫 볼’의 최신영 역으로 처음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빠스껫 볼’은 기존에 기획됐던 24부를 다 채우지 못하고 18부작으로 조기 종영했다.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실패했다는 좌절감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이엘리야는 “아픈 손가락이 아니라 내게 제일 소중한 손가락”이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정말 치열하고 간절하게 했었거든요. 조금 지칠 때는 ‘빠스껫 볼’을 촬영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 잡곤 해요. 물론 연기적으로 부족하게 표현됐던 건 사실이지만,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간절하게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그 때만큼의 간절함과 치열함으로 연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당시 이엘리야는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였다. 이엘리야는 “대학 과정을 거치고 취업이 된 셈”이라며 웃었다. 주인공으로 데뷔를 하는 행운을 잡았던 그는 “학생이었던 나는 이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어느 날 배우가 됐다”며 “막상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덤덤했었다. ‘할 수 있을까, 없을까’라는 걱정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문제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캐스팅 되던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시절 수석으로 입학해 늘 열심히 연습하고, 모범생으로 살았던 이엘리야는 해당 작품을 촬영하면서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연기를 하게 됐다. 이에 그는 “괴리감이 있었다. 학생의 마인드를 가진 내가 연예계라는 사회에 나가 주어진 역량보다 그 이상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절함과 치열함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엘리야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연기에 대해 사명감을 느끼고 늘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나 이렇게밖에 못하나?’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때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이엘리야는 “실상은 실력도 없으면서 생각만 깊었던 것”이라며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처음 맡게 됐던 자리가 더 감사해야 하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해야 하는 위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처럼 큰 작품에, 큰 역할로 데뷔를 하며 값진 경험을 한 이엘리야는 실력을 갖춰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에 그는 얼마만큼의 결과를 내고,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오로지 연기력을 한 단계씩 쌓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나라는 사람 안에 있는 것들을 도구로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자신이 고갈되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나를 새롭게 하고, 마인드 콘트롤을 하고 있다”며 종종 책 한 권을 들고 혼자 여행을 떠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이엘리야는 여배우로서 나이를 먹어가는 일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2년 뒤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엘리야에게 30대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자 “나이에 대한 생각은 안 해봤다”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여유롭지만 당찬 포부를 전했다.
“저만의 템포로 가고 싶어요. 몇 살이 되면 뭘 해내야겠다는 것보다는 늘 연기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쌈, 마이웨이|이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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