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 근무라니..살인운전·집배원 자살 부른 초과근무法

연규욱,양연호,임형준 2017. 7.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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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週40시간 근무 예외..졸음운전 대형 참사 되풀이
경찰, 오산교통 압수수색
12명 안타까운 죽음 집배원들, 근기法 59조 폐지 촉구했지만..정부 무응답으로 일관

■ 노사합의땐 무제한 근무…근로기준법 59조의 저주

11일 매일경제가 사고를 냈던 노선의 M버스에 직접 탑승해보니 기사 최 모씨는 두 시간 반 내내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운전석 옆에는 그가 오늘 뽑아 마신 자판기 커피의 빈 종이컵 3개와 자일리톨 껌, 홍삼 사탕 등이 놓여 있었다. 최씨는 하루에만 총 5차례에 걸쳐 2시간30분 거리의 오산과 사당을 왕복 운행한다. 이날 오전 6시 45분에 첫차를 몰기 시작한 최씨는 기자가 탑승할 당시까지 네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하던 도중엔 하이패스 전용 차로로 한 승합차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조금만 반응이 느렸어도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배차 일정에 따르면 이날 자정께 마지막으로 사당에서 오산까지 버스를 몰아야 한다. 이날 운전 시간만 12시간에 이르는 셈이다. 해당 버스회사인 오산교통은 지난 9일 사고 발생 후 기존 기사들의 배차 일정을 '이틀 근무 후 하루 휴식'에서 '하루 근무 후 하루 휴식'으로 급하게 변경했다. 진작 기사들에게 넉넉한 휴식을 보장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게 해당 버스 운전사들의 목소리였다.

버스 기사들의 이 같은 과로는 1차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보장된 휴식시간(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 의무화)을 잘 안 지켜서 발생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근로기준법 59조에 적시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비롯됐다.

이는 종사자의 근로시간을 제한할 경우 일반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해 노사 양측이 합의를 할 경우 연장근로를 현행 12시간에서 더 늘릴 수 있는 업종을 말한다.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으며, 당시에 특례업종으로 지정됐던 운송업, 우편업, 방송업 등 26개 업종이 56년이나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된다. 사고버스 기사 김 모씨가 속해 있는 오산교통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운전만 하루 16시간30분까지 가능하도록 합의해놓은 상황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이날 경기 오산시 탑동에 있는 사고버스 운행사인 오산교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버스운행 기록 등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운송업과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집배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전국집배노조 회원들은 "안양우체국 분신자살 사건은 우정본부의 인력 쥐어짜기 및 현장과 괴리된 집배 부하량 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잇단 집배원 사망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집배원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인 43.6시간(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보다 약 12시간 길었다. 초과 근무가 일상적이라는 얘기다. 반면 연평균 연차휴가 사용일은 2.7일에 그쳤다.

문제는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서비스업'이 발달하자 서비스업이 주로 포진한 특례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전 산업 대비 근로시간 특례업종 비중은 1993년 37.7%에서 2010년 52.9%(400만명)까지 늘어났다.

졸음운전 버스 문제도 운전기사 수를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애초 근로기준법 59조 특례가 운수업에 노동시간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한 것 역시 영세 업체에 기사 수를 늘리라고 강제하면 수익성이 떨어져 해당 노선을 운행할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게 돼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측면도 고려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과 위험 운행 빈도가 높은 업체를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업종별 사업용 자동차 교통사고 예방대책 수립 연구용역' 보고서는 "각 업체의 디지털운행기록분석시스템(DTG) 자료를 기반으로 고위험 운수회사를 분류할 수 있다"며 "위험군 회사에 대해 교통안전공단과 감독관청이 예방대책을 '맞춤형'으로 수립하면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규욱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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