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는 허구다"
AI와 공장자동화, 20년전 시작.. 기존 디지털산업의 진화로 봐야
"인류 역사상 이례적이었던 경제성장의 시기(1870~1970)는 끝났다.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생각의힘)가 1040페이지를 들여 논증하는 주장이다. 저자 로버트 J 고든(77)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거시경제·사회경제)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낙관론자(techno-optimist)'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는 입장. 지난해 블룸버그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 명단에서 36위로 선정한 그를 지난 4일 전화로 만나봤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AI와 공장 자동화는 사실 20여 년 전 이미 시작됐죠. 그런데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됐다는 증거가 없어요. '빅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앞서나가겠죠. 그렇지만 경쟁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결국 같은 고객층을 누가 어떻게 차지하느냐의 대결, 그러니 빅데이터 분석 도입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됩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야 돈 좀 벌겠지만… .이런 변화는 전체 산업 규모의 1% 수준에 그친다는 매킨지의 보고서도 있어요."
그는 혁명(revolution)보다는 진화(evolution)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1879년 내연기관이 발명된 후 딱 30년 만에 미국의 가구당 자동차 소유율이 90%가 됐고, 매일 11~22㎏ 대변과 4.5ℓ 소변을 길거리에 배설하고 미국 곡물 생산량의 4분의 1을 먹어치우던 말(馬)을 대체했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이 시장에 가져온 효과가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말이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처럼, 세탁기나 냉장고가 등장했을 때처럼, 극적인 변화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유치원생들도 코딩을 배울 정도라고 그에게 물었다. 고든 교수는 "모두가 코딩을 배우는 시대에 오히려 간병인이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변화가 생각처럼 빨리 일어나고 있다는 근거는 없고,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진 경제발전은 인류사에서 비정상인 '특별한 시기'였다는 것.
그는 책에서 미국은 앞으로 20여 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1.2% 안팎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구 노령화, 교육 불평등, 소득 불평등 심화, 정부 부채 증가 등 네 가지 '역풍'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역풍에 맞설 방법으로 '부자 증세' '이민 확대 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제안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정책들이다. 77세의 노(老) 교수는 "당분간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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