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은밀하고 교묘해진 동북공정의 현장을 가다
韓 요구로 '소수민족 지방정권' 문구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中 지정 해설사 "고구려 문명 중원에서 온 것"
올해부터 '中 지정 해설사 외엔 설명 불허'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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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비에도 시조 추모왕(주몽)이 홀본 서쪽 산상에 성을 축조했다고 기술하고 있어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 하지만 오녀산성 일대를 흘승골성이나 졸본성으로 비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험준한 만큼 교통이 불편하고 물자보급이 힘든데다 100여명이 생활하기에는 활동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근거다. 이에 오녀산성은 군사방어와 의례용 성곽으로만 기능했거나 유리왕 3년에 천도한 국내성의 군사용 성곽이라는 학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10여㎞ 떨어진 하고성자는 고구려 건국 초기 평지토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둘레 0.8㎞에 이르는 장방형의 토성이 이곳에 자리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170m 가량 남은 서벽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유실됐다. 하고성자촌에서 1.5㎞ 남짓 떨어진 상고성자촌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200여기의 고분이 자리해 고구려 초기 도성의 위치는 물론 당시 생활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자료가 됐겠지만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대부분이 파헤쳐 평지로 개간됐고 지금은 겨우 20여기만 남았다. 국가 지정 보존구역으로 지정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입구에 설치됐지만 무덤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이 각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고구려 초기 적석총의 형태를 고스란히 띠고 있는 이곳 돌무지무덤군은 한갓 돌 무더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오녀산과 일대 탐방지역은 물론 이 일대에서 출토된 토기, 와당 등을 전시한 오녀산박물관에서도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 식으로 서술하는 안내문은 일제히 사라졌지만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한 갈래로 포섭하려는 전시 방식은 좀 더 교묘하고 은밀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령 오녀산박물관 내 광개토왕비를 설명하는 코너에서는 ‘삼국지’ 등 중국 측 사서에 기록된 고구려 관련 내용을 역사적 맥락 없이 발췌 전시하고 있다. 현지 조선인 가이드 김무열(가명) 씨는 “노골적인 설명은 사라졌지만 인용 자료를 모두 중국 쪽 자료로 꾸미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는 의미를 내포시키고 있다”며 “고구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외국인이나 중국인들은 전시를 보다 보면 고구려가 중국 왕조에 예속된 나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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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총이나 광개토왕비 등에서도 단체를 인솔하는 가이드의 설명을 금지했다. 국내 관광객들을 주로 중국으로 송출하는 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대표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다수 지역에서는 현지 가이드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족이 직접 박물관이나 주요 유적지에서 설명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고구려, 발해 역사 등과 같이 일부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한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는 관광지에서는 비공식적인 지침을 내려 중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일방적으로 통역하도록 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환런·지안=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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