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업계 '표준단위 정의' 내년 확 바뀐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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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이 키블 저울을 이용해 질량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플랑크 상수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 질량, ‘키블 저울 실험’으로 다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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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을 정의할 상수는 ‘플랑크 상수(h)’다. 플랑크 상수는 양자역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상수로 질량, 길이, 시간과 관련돼 있다. 세계 과학자들이 플랑크 상수를 찾으려 각종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광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책임연구원이 ‘키블 저울’로 플랑크 상수를 구하고 있다. 키블 저울은 물리적 에너지와 전기적 에너지를 비교해 플랑크 상수를 찾는 장치다. 세계에서 7월까지 실험한 자료를 모아 플랑크 상수를 확정하고, 이를 이용해 내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1kg의 새로운 정의를 내릴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앞서 길이의 표준 단위를 기존과 아예 다른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다. 1983년 길이의 정의에 ‘빛의 속력’을 활용해 오차를 줄인 것이다. 정밀한 관측으로 빛의 속력을 초속 2억9979만2458m라고 정한 뒤 빛이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가는 길이를 1m로 정의했다. 자연 법칙에 의해 변하지 않는 값인 ‘상수’를 이용해 단위가 흔들리는 것을 막았다.
○ 물질량, 전류, 온도도 물리학 수학 동시 활용
물질량(mol·몰), 전류(A·암페어), 온도(K·켈빈) 단위 역시 새로 태어난다. 물질량은 1990년 이전부터 국제 공동 연구가 이뤄진 ‘아보가드로 수(NA)’를 이용해, 전류는 ‘기본 전하(전자 1개)가 가진 전하량(e)’을 측정해 정의할 예정이다.
특히 온도는 내년 총회에서 합의되지 못할 뻔하다 극적으로 합류했다. 단위를 정의하려면 과학자들이 다른 장소, 다른 시점에서 실험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온도를 정의하기 위한 상수인 ‘볼츠만 상수’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표준연구소가 다른 값을 구하면서 내년 총회에서 온도 재정의 합의에 실패하는 듯했다.
이를 해결한 것이 한국 연구팀이다. 양인석 표준연 온도센터 책임연구원이 영국 실험 방법의 오류를 지적했고 영국이 수용한 것이다. 정욱철 온도센터장은 “표준 단위 정의에 필요한 상수는 서로 다른 실험 방법을 써도 오차가 없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2018년 모든 단위의 재정의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정의할 상수는 질량과 마찬가지로 이번 달까지 세계 과학자들이 실험한 자료를 모아야 한다. 이 결과를 모아 소수점 이하 6번째 또는 7번째 숫자를 결정해 정의에 반영한다.
○ 거대한 변화지만 큰 혼란 없을 것
미터원기나 질량원기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로 정의를 하다가 물리학과 수학을 활용해 고정된 정의로 바꾸는 것은 ‘단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나온 연구 결과나 진행 중인 연구에 영향이 없도록 세심하게 결정해야 한다. 표준과학자들이 단위의 재정의를 두고 “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Huge change, but no change)”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면 굳이 정의를 바꿀 필요가 있을까. 이호성 표준연 시간센터 책임연구원은 “논리적이고 오류를 줄이려는 ‘과학적 사고’의 기본은 표준 단위의 명확한 정의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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