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3선 이장님 "농업인 돕는 게 꿈"
[경향신문] ㆍ영농법인 ‘피아골식품’ 대표 김미선씨
ㆍ고로쇠 된장으로 폭발적 인기…쇼핑몰 ‘피아골미선씨’로 유명
ㆍ지난해 5억 매출·2만여명 방문…농식품부 ‘6차산업인’에 선정
“헤헤헤…. 그냥 지리산이랑 결혼했다고 보면 돼요.”
결혼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고로쇠 된장’ 등 프리미엄 전통 발효식품을 국내외 시장에 선보여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미선씨(31)의 이야기다. 그에게는 ‘전국 최연소 여성 이장’이라는 별칭도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유일한 ‘빽’(배경)은 지리산이다.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전주기전대(애완동물과) 재학 기간을 제외한 삶을 지리산과 함께 보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지리산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2011년 고향인 구례군 토지면에 지리산피아골식품(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지리산에서 나는 농특산물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가공해 판매하는 법인이다.
그는 지리산 피아골의 고로쇠에 주목했다.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로도 일컬어지는 고로쇠를 이용해 된장을 만들면 최고 품질의 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 그는 바로 고로쇠 된장 만들기에 들어갔다.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메주를 물에 담가 띄우는데 그는 이때 쓰는 물을 전량 고로쇠 수액으로 대체해 본 것이다.
지리산의 고로쇠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의 표현대로 ‘최고의 된장’이 탄생했다. 고로쇠를 이용해 만든 된장은 그 맛이 담백한 데다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체 쇼핑몰인 ‘피아골미선씨’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고로쇠 된장은 국내 특1급 호텔의 한식당에서도 주문이 몰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지역에서까지 ‘깊은 맛’의 고로쇠 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연간 1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냄새 없는 청국장’ ‘지리산 장아찌’ 등 최상급 국내산 원료만 고집스럽게 사용해 내놓은 다른 프리미엄 전통식품까지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연매출 5억원을 돌파했다.
“모두가 지리산이 저에게 내려준 선물인 셈이죠.” 김씨는 요즘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6년 전 동네 어르신들의 추대로 전국 최연소 여성 이장이 됐다. “딸이나 손녀 같은 이장이 되겠다”면서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맡아온 그에게는 어느덧 ‘3선 이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는 요즘 인근 농가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의 농가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숙박시설과 연계해 여는 ‘된장학교’나 김장 체험, 고로쇠 체험 등의 프로그램은 외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외지인들이 2만명이나 ‘피아골미선씨’ 브랜드를 찾아 방문했다.
그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사람들에게 전통 발효식품의 이모저모를 전수할 수 있는 ‘발효식품테마공원’을 짓고, 젊은 농업인들의 성공을 돕는 교육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젊은 농업인들이 돈을 벌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분야의 생산(1차) 및 가공(2차)은 물론 유통·체험·관광 등 서비스(3차) 분야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김씨를 ‘7월의 6차산업인’으로 선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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