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기자 덕질기 3] 사랑은 디테일에 있다 / 석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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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인간도 구애할 때 덩실덩실 춤이나 추면 얼마나 좋아.
그 가운데 춤처럼 사랑을 전신으로 가르쳐주는 예술은 없다.
춤이나 사랑이나 추운 날에도 똑같은 땀을 흘려야 한다.
한번, 조금이 가장 많은 걸, 잠깐이 너무 긴 걸 춤을 추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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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석진희
디지털뉴스팀 기자
그냥 인간도 구애할 때 덩실덩실 춤이나 추면 얼마나 좋아. 야생 다큐에서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댄스 실력을 겨루는 수컷 극락조들을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 춤을 배우겠다고 학원에 등록하기 전이다.
새를 잘 모르지만 새소리 앱을 깔아두고 조류 다큐를 집안 배경음악 삼아 재생하기도 한다. 자연이 조율한 음악 중에 빗소리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소리. 그때도 애초의 관심은 소리였고, 구애의 현장에서 새들은 충분히 열심히 노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주변 나뭇잎을 정리한다. 잎에 가려 나를 잘 못 볼까봐. 그러면서 춤까지 춘다. 방방 뛰면서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그 ‘조금 더’ 해보려는 게 벌려놓는 차이들. 애정은 마음에 머물지 않고 몸을 자꾸 움직인다. 좋은 사랑일수록 막노동에 가깝다.
탱고는 동작이 크고 화려한 춤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은밀하고 작게 움직여도 충분하다. 실제론 그럴수록 더 짜릿하다. 출처 유튜브(계정 erdemsel1975)
많은 예술이 사랑에서 탄생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그 가운데 춤처럼 사랑을 전신으로 가르쳐주는 예술은 없다. 춤이나 사랑이나 추운 날에도 똑같은 땀을 흘려야 한다.
마음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지만 몸은 반드시 조금씩 바뀐다. 몸의 언어는 죄다 작고, 느리다. 기초적인 발레 동작을 소화하려면 먼저 허리 아래 와이존의 고관절이 유연해져야 하는데, 그러려고 다리를 180도 가까이 펼치는 스트레칭을 한다. 중요한 점은, 무리해서 한꺼번에 벌리기보다 한 다리씩 조금씩 벌려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고관절이 딱딱한지 연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손 모양도 고관절처럼 손목관절이 유연해지는 게 먼저다. 중지로 공기를 조금 누르고, 엄지는 그런 중지를 살짝 향한다. 그 상태로 가벼운 커튼을 소리 없이 젖히듯 살짝씩 손을 이동시킨다. 그래야 손목관절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춤은 몸을 자세히 느끼는 디테일에서 온다.

탱고는 동작이 크고 화려하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은밀하고 작게 움직여도 충분하다. 에너지가 내향할수록 둘만의 비밀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안계단을 걷는 기분. 어떨 땐 그 에너지가 너무 빛나서 다리를 모을 때마다 바닥에 가득한 보석을 안쪽 발로 공들여 쓸어 담는 듯하다. 밀롱가(탱고 추는 곳)에선 수십 커플이 한 방향으로 춤을 추는데 큰 몸짓은 옆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탱고인들은 아무리 조그만 공간에서도 넉넉히 춤추는 퍼포먼스를 하곤 한다.
한숨 더 자, 한술만 더 먹어, 조금만 더 있을까, 잠깐 볼래. 사랑할수록 표현은 작아지곤 한다. 한번, 조금이 가장 많은 걸, 잠깐이 너무 긴 걸 춤을 추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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