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말 변하고 싶은거 맞아?"
2017년 7월3일 국회 헌정기념관 입구는 자유한국당 제2차 전당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달라질게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변화를 강조한 이번 전당대회는 일정과 프로그램을 보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겠다는 취지로 경선에 나선 홍준표·신상진·원유철 후보 등이 헌정기념관 대신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감자 캐기 봉사에 나선 것이 그것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일까. 이날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감자를 캐고 있을 때, 헌정기념관 회의장에선 선거 결과를 중계했다. 250여명의 대의원 등은 회의장을 빼곡히 채웠다.
숨을 고르고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니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지난달 27~29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20대 지지율이 3%에 불과했는데 실제 회의장엔 20~30대 참석자는 찾기 힘들었다. 안상수 전당대회 의장 권한대행의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공식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사회자가 내외빈 등 참여자를 소개하는데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각국 주한 외교사절단, 바른정당 정문헌 사무총장,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이름도 불렸다.
그동안은 몰랐다.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 난 것처럼 보였던 다른 정당들이 이런 행사에는 인사차 참석한다는 것을.
기대는 금방 무너지고...그들이 말한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조금이나마 품고 있던 기대는 여기까지였다. 안 의장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포퓰리즘이고 여전히 불안한 안보로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장관인사 등도 즉흥적이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보수정당으로서 자유한국당의 역할은 안보가 튼튼한 대한민국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왜 변화가 필요한지, 어떤 식의 변화를 이룰 것인지, 그리고 변화하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제시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선관위원장으로서 단상에 올라온 이인제 전 의원의 설명도 모호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모바일 사전투표제 도입, 청년기탁금 제로, 3번의 비전투어 콘서트 그리고 TV토론 등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내가 정치에 무관심해서였을까. 자유한국당이 이뤘다는 변화가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여의도에서만, 아니 자유한국당만 아는 변화가 아닐까.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발언을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거의 망할 뻔했던 당을 소생시킬 수 있어서 감사하고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자유한국당을 재건하려 한다”는 발언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 극단 좌파단체가 문재인 정권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좌파 포퓰리즘을 극복하지 않으면 그리스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참석자들에게 호소하는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고 좌파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식은 과거 새누리당과 달라진 것 없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단결의 깃발, 혁신의 깃발을 높이 들어서 뭉치자”는 발언과 함께 소리 높여 환호성을 지르던 청중을 보면서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청년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닐 텐데.

이 장소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궁금했다. 주위를 둘러봤다. 핸드폰으로 동영상 생중계를 하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다. 화면 왼편에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기에 호기심이 생겨 어깨너머로 댓글을 훑어봤다. “좌빨 좌놈들은 안된다”, “문재인 얼마나 가나 보자”, “홍준표가 돼야지” 등이 댓글 창에 도배되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색깔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협치가 아닙니다!”라는 정우택 권한대행의 발언에 관중들은 “맞습니다”라며 절규하듯 답하고 있었다.
감자만 캐지 말고, 쓴소리도 좀 들었을까
이날 전당대회는 ‘이원생중계’로 진행됐다. 남양주의 감자밭 봉사활동 현장이 대형 화면에 등장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시우리 주민들을 직접 발언대로 모셨다. 김경옥 부녀회장은 “어느 분이 대표님이 되셔도 상관없지만 싸우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품위 있는 정치를 해달라”고 발언하여 환호와 웃음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발언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처음엔 시우리 생태조합의 안명복 조합장의 ‘사이다 발언’이었다. “그는 비박이 국민 위에 존재합니까?, 친박이 국민 위에 존재합니까?”라고 연달아 질문하고 “그게 아니라면 국민 앞에서 싸우지 말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카메라에 잡히는 홍준표 후보의 얼굴엔 씁쓸함이 스쳤고, 나머지 두 후보 역시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박수만 치고 있었다. 그다음 주민은 “매일 의원님들은 상생, 협력, 소통을 강조하고 있으시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기득권을 가지고 싸움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어서 “앞으로 전당대회 끝나고 서로 소통하였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싸우지만 말고 소통을 하라”는 것이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던 것 같기는 하나 당내에서 싸우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인지 당을 초월하여 화합하는 정치를 보여달라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았다. 그들 역시 자유한국당의 변화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쓴소리의 의미를 자유한국당과 후보들은 알아차렸을까?

홍준표 선출,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쓴소리를 듣고 각 대표의 봉사활동 소감을 들은 후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변은 없었다. 홍준표 후보가 합산 5만1891표, 65.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열렬한 환호 속에 홍준표 후보는 소감을 말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산업화 및 문민정부를 세운 우리 당이 이렇게 몰락한 것은 자만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여 국민 여러분들의 신뢰를 받을 것을 약속드린다”등 평소의 ‘레드준표’ 같지 않고 담담했다.
분명 자유한국당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무언가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달라질게요’라는 표현에서 국민들에게 더 쉽고 친근한 정치로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변화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말하는 변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우파, 좌파 진영 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이라고 한다. 보수정당이라 하면,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지켜본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색깔론에 빠져 사회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논의를 차단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기대해본다. 봉사 현장에서 주민들은 당 대표 후보자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달라질 것이다. 신우리 주민들의 쓴소리를 제대로 들었다면.

남상백 교육연수생 po99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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