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김성주 회장, MCM 경영성적도 '낙제점'

김민석 기자 2017. 7. 5. 06: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면세점매출 믿고 백화점매장 19개 철수..中의존 '패착'
김 회장, 대표이사직 내렸지만 성주그룹 지분 94.8%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성주디앤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를 하루 앞두고 밝혀진 가운데 최근 3년 경영성적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2012년 MCM 브랜드를 '루이비통급'으로 키우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밝혔지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년 전보다 줄었다.

김 회장은 18대 대선 당시 기업경영에 집중하지 않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영상을 찍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을 겸임했다.

◇백화점 철수 여파에 3년 전보다 매출·영업이익 감소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주디앤디(MCM 생산·판매법인)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4년 5899억원에서 지난해 5791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4년 772억원에서 683억원, 652억원으로 연속으로 11.2%, 4.5% 감소했다.

성주디앤디의 실적부진은 김 회장의 면세점·해외사업 집중 경영 전략이 패착'이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3년 당시 김 회장은 MCM 제품이 국내보단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비효율 백화점 매장은 철수하고 면세점 매장 영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커들의 면세점 '싹쓸이' 쇼핑에 힘입어 MCM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목받는 시기였다.

반면 국내 고객들이 찾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빅3백화점'에선 판매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김 회장은 면세점과 해외진출에 집중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MCM 매장 철수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며 "2013년부터 백화점에선 효율이 나지 않자 면세점에 집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MCM은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사이에 많은 매장 철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방침에 '빅3 백화점'에서의 MCM 매장 수는 2014년 51개에서 현재 19개 줄어든 32개로 집계됐다. Δ롯데백화점(33지점) 20개 Δ현대백화점(15지점) 3개 Δ신세계백화점(13지점) 9개가 운영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 인천·관악·미아·노원점, 현대백화점 목동·신촌·울산점에서 MCM 매장이 철수했고 올해에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광주점에서 철수가 이어졌다.

김 회장은 2014년 MCM 면세점 매장에서 중국인 1인당(여권 1개) 총 5개 품목을 초과해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조치하면서 중국 베이징·상하이에 매장 30여개를 오픈했다.

이 기세를 몰아 김 회장은 당시 "5년 이내에 잡화부문에서 L브랜드(루이비통)를 따라잡는 것이 MCM의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MCM 브랜드 사랑은 영원하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으로 여겨졌지만 백화점 매장 철수와 맞물리면서 매출과 실적은 제자리걸음 했다.

특히 올해 초 중국 당국의 중국인 한국 관광 제한 조치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MCM은 면세점에서도 가파른 매출·실적 하락을 면치 못할 상황에 빠졌다.

© News1

◇면세점도 철수…제주공항 MCM 매장→주류·담배 리뉴얼

올해 들어 백화점과 가두점뿐 아니라 면세점에서도 MCM 매장 철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도 중국인들이 면세점을 방문하면 MCM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최근엔 백화점·가두점·면세점 매장서도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1월 제주국제공항에 입접해 있던 MCM 매장을 철수하고 주류·담배 품목으로 채우며 리뉴얼 오픈했다. 갤러리아면세점 측은 MCM 브랜드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됐고 MCM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 같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MCM 생산·판매법인 성주디앤디 지분 94.8%를, 나머지 지분 5.18%는 사업 파트너 송문호씨가 갖고 있다. 성주디앤디는 현재 '성주프로덕션' '성주머천다이징' 등 14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김 회장은 2015년 본격적으로 해외로 발을 넓히며 독일을 비롯해 영국·미국·스위스·싱가포르·중국 등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중국·미국법인을 제외하고 성주디앤디의 100% 자회사다.

그런데 김 회장이 사업 역량을 집중한 해외사업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경절 기간 신세계·현대백화점의 '은련카드(중국인 전용)' 사용액에서 MCM은 2015년까지 인기브랜드 'TOP 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특히 성주디앤디의 MCM 베이징법인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손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13억원 순이익을 올렸지만 매출액은 382억원으로 전년(494억원)대비 22.7% 감소했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매장 수를 줄이기 등 구조조정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다음 진출한 일본에서도 MC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62억원·35억원·65억원 적자로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조사 대표이사 사임, 조사 하루 앞두고 마지못해 발표 김 회장의 전격사임 시기와 공정위가 '조정 단계'에서 '조사 단계'로 들어간 시기와 겹치는 것으로 드러나 '꼼수사임' 지적도 일고 있다.

성주디앤디에 따르면 김 회장은 6월 1일 자로 공동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이날 공정위 조사에도 윤명상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 시기 협력사들의 불공정거래 신고는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정불성립' 결론나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제조하도급과로 이관됐다.

김 회장 측은 공정위가 대표이사(대리인 참석 가능)를 불러 조사하기로 한 27일 하루 전까지도 사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협력사 대표들뿐 아니라 공정위도 뒤늦게 파악해야 했다.

이를 두고 성주디앤디 협력사와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공정위의 김 회장 직접 조사를 피하고 향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한 한 방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협력사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마저 숨긴 건 우리를 협력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회장은 10년 전부터 협력사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이 기억에서 잊힐 때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임할 때처럼 은근슬쩍 대표직을 다시 맡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ideaed@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