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거부할 수 있나?

오대영 입력 2017. 7. 3. 22:33 수정 2017. 7. 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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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무역 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바라며 양쪽 모두에게 공평한 협상이 될 것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지난주말 뜨거운 논란거리였습니다.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으로 이어졌습니다. 재협상 거부가 어렵다는 뜻이죠. 그런데 오늘(3일) 청와대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한쪽이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국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인지, 팩트체크팀이 '협정문'을 중심으로 확인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취재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협정문에는 '재협상'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협상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재협상은 우리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어제오늘 유력하게 나온 분석 아닌가요?

[기자]

우선 2007년 한미FTA 협상을 맡았던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재협상 절차가 나와 있지 않다. 미국이 통보하면 우리가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거부하려면 논리가 필요하고, 미국의 다음 행동에 대한 고려까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김 전 본부장 같은 경우에는 미국과 협정문 문구를 하나하나 조율해서 지금의 협정을 이끈 당사자잖아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이 말이 사실인지도 추가로 확인했는데 이게 한미FTA 협정문입니다. 이 협정문이 한 700페이지 정도 돼 있는데 이 가운데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의 협정문을 바꾸거나 없애는 방식은 딱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정(amendment)'이고 두 번째는 '종료(termination)'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은 '개정'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협정문에는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세부 절차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협정이라는 것은 필요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인데…그렇다면 고쳐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주무부처인 산자부에게 확인해 봤는데 이런 절차를 거쳐서 개정을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우선 미국이 요청을 하고요. 그 뒤에 공동위원회가 30일 이내에 개최됩니다. 그 뒤에 여기서 수락 또는 거부를 결정하고 수락을 할 경우에 재협상에 착수해서 합의를 이루고 국회 비준이 되면 발효가 된다. 그래서 이 절차를 재협상이라고 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개최 후에 논의 단계에서 저 합의에 이르기 전에 한국이 거부할 권한도 추가로 있고요. 그래서 의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산자부의 답이었습니다.

또한 저 마지막, 국회 비준 단계에서 발효로 넘어갈 때 국회가 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거부권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건 산자부의 일방적인 설명일 수가 있잖아요? 정부 입장에서는 '거부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래서 FTA 협정문을 다시 확인해봤는데, 공동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컨센서스로 정한다"는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WTO에 따르면 '컨센서스'는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동의가 없으면 '재협상 단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 사이에서는 '공동위 개최'가 재협상의 시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어느 시점으로 볼 것이냐의 시각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앵커]

이제 오늘 핵심은 '컨센서스' 같은데 협정문으로만 보면 이제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04년에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칠레 FTA 발효가 2004년에 됐거든요.

그 뒤에 칠레가 다음 해부터 자국의 농수산물 수출을 늘려야 된다면서 한국에 재협상을 계속해서 요구했는데 하지만 우리 정부가 위원회 단계에서 계속해서 거부를 해 왔습니다. (11년 동안 거부를) 그렇습니다. 재협상을 거부하다 11년 만인 지난해 수락을 한 사례가 분명히 있습니다.

[앵커]

물론 미국과 칠레의 경우를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FTA 재협상을 거부한 사례가 있는 건데 외교와 협상을 차원인 만큼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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