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공범, 구치소서 '대리 트윗'
"다중인격 부각 위한 것" 지적

'이 문제가 끝나면 앤캐(애인 캐릭터)/관계캐(관계를 맺고 있는 캐릭터) 오너들에게도 사정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오너님들께 사과드리며 관계를 깰 생각은 없으니 알아주세요.'
지난 29일 오전 2시 40분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구속된 박모(19)양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 계정은 지난 23일 박양의 첫 공판에서 공개된 것이었다. 이날 박양의 트위터 계정에는 '지금 트윗들은 제 지인이 써주시는 겁니다. 감사해요'라는 등 총 4건의 글이 올라왔다.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박양이 면회 온 가족 또는 지인에게 부탁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구치소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일절 금지된다.
지난 3월 여고 중퇴생 김모(17·구속)양이 인천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8)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박양은 김양의 살인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범행 당일 김양에게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버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양과 김양은 지난 2월 트위터를 통해 만나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릭터 커뮤니티는 온라인에서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역할극 놀이를 하는 것이다. 판타지 세계 등 다양한 주제를 설정해놓고 역할극이 이뤄진다. 캐릭터의 주인을 '오너'라고 부른다. 박양과 김양은 비공개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살인을 주제로 한 역할극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의 첫 공판에 출석한 김양은 범행이 박양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양은 "박양과 실제 범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박양이 내 안에 '소심한 A'와 '과격한 J'라는 인물이 있다고 말해줬고 'J를 불러라'라고 수차례 얘기했다"고 했다. "'사람을 죽이라'는 박양의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박양 트위터에는 '혹시 렘님(김양의 닉네임)이 자신의 나이가 30살이라고 말하신 걸 보셨거나 직접 전해 들으신 분은 이 트윗 밑에 멘션(글)을 달아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런 내용의 글을 박양의 지인들이 대신 트위터에 올려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양은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 때문에 살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캐릭터 커뮤니티로 맺은 관계를 깰 생각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지인이 대신 올린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트위터 글로 '박양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실제 살인을 한 김양은 검찰 조사에서 '다중(多重) 인격 장애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김양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결과, 김양은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지만 다중 인격 장애는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검찰은 김양이 범행 당시 제대로 된 생각이나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심신 미약 등)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감형(減刑)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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