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의 홍익인디] 보랏빛 달처럼 오묘한 문문, 예상을 뒤엎는 '물감'

파이낸셜뉴스 2017. 6. 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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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만 알고 싶은 노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서 꽁꽁 숨겨두고 혼자 야금야금 듣고 싶은 그런 노래들이요. 빛을 봤으면 좋겠는데 막상 뜨면 마음 한편이 헛헛하고, 알아주지 않으면 또 서운하죠. 그렇지만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놓치기 아까운 앨범을 널리 전파하렵니다. <편집자주>



03_ 문문 두 번째 미니앨범 ‘물감’

- 2017년 4월 24일 발매
- 6곡 수록

가수 문문이 지금까지 낸 앨범 중 그를 잘 나타내는 것은 아무래도 지난해 11월 나온 ‘라이프 이즈 뷰티 풀(Life ist beauty full)’이지 않을까 싶다. 문문은 이 앨범 소개에 ‘나의 알뜰히 적어내린 이야기로 당신의 밤이 가난하지 않기를’이라고 적었다. 커버 속 달 이미지는 손톱 같다가 조금씩 차올라 보름달이 되고, 이 보름달은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폭발하고 다시 가늘어진다.

문문의 노래도 그렇다. ‘당신의 밤’이 가난할까봐 걱정하던 문문은 달은 기울기 무섭게 자신의 노래를 포근한 이불삼아 덮어준다. 조금 외롭고 우울한 듯 하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엉뚱하기도 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감’은 문문의 이불 같은 앨범이다. 그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 듣기 편한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껏 침체되어 있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분위기가 돋보였다면, ‘물감’은 앨범 제목처럼 좀 더 컬러풀해졌다. 보랏빛 어둠이 비추던 창밖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든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점은 포근한 멜로디와 다르게 문문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이 담겼다는 것이다. ‘자존심을 긁지마’ ‘눈이 빨갛게 너무 앙상해질 거야’(‘앙고라’)처럼 감미로운 노래에 쓰이기엔 거친 발음의 표현들이나 ‘적당한 어른이고 아프면 작아지겠지’(‘물감’)같은 솔직한 성찰은 문문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래서인지 문문을 처음 들었을 때 검정치마가 떠올랐다. 몽환적인 드림팝 사운드와 마음을 감싸 안는 분위기, 그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노골적이고 솔직한 가사 등 작법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문만의 개성은 또 다르다. 검정치마의 몽환이 날카로운 위트라면, 문문은 좀 더 부드럽기도 하고 잔잔한 무채색 같은데 여기에 톡톡 튀는 팝핑캔디를 아주 살짝 더한 느낌이다.

‘물감’은 이런 알 수 없는 문문의 매력 중 또 하나를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문문을 잘 나타낸다던 ‘라이프 이즈 뷰티 풀’ 대신 ‘물감’을 리뷰하는 이유도 이처럼 트랙 하나하나 예상을 뒤엎는 의외성 때문이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낸 문문이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색깔들이 참 많다.

∥ 감상포인트

아이유도 문문의 노래를 듣고 한 라디오에서 추천까지 했다. 이는 음악적인 실력을 떠나, 문문의 음악이 아이유의 세밀하고 예민한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감’을 들을 때도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이야기에 빠져본다면 더욱 마음 깊숙이 노래가 다가올 것이다.

∥ 추천곡

물감: 이 노래를 들으면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놀러간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의 내가 겪었던 감정들이 켜켜이 떠오른다는 말이다. ‘내 목에 줄 세 개’ 부분에서 그 느낌이 가장 강하게 다가와, 해당 구간에서는 저절로 눈을 감고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 문문 미니 인터뷰

Q. 만들기 수월했던 곡과 가장 어려웠던 곡은?

‘열기구’는 가장 만들기 쉬웠다. 단순히 쉬웠다기 보다 이미 만드는 과정에서 ‘이 곡은 노래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날 것의 느낌으로 가져가야겠다’고 확신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노력과 시간이 제일 적게 들어간 곡이다. 일부러 보컬튜닝과 박자튜닝을 하지 않았고, 녹음 당시에도 원테이크로 갔기 때문에 퀄리티 면에서 떨어질 수 있지만,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먹먹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목표는 만족할 만큼 이룬 것 같다.

타이틀곡 ‘앙고라’는 믹싱과정에서 수정을 여러 번 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사와 멜로디의 상반되는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드는 게 어려웠다. 가사는 우울한데 멜로디는 밝게 가져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슬프게 들어주길 바랐다. 휘파람 소리도 넣을지 말지 한참 고민했고, 악기 구성도 어떻게 해야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은 그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던 곡이다.

Q. ‘물감’이 문문의 일기장이라면, 어떤 페이지일까.

‘물감’은 서른이 되어서야 느낀 냉소적인 일상과 살아오며 느꼈던 아픔과 희열들을 색깔에 비유해서 풀어본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회색 톤을 상상하며 만들었는데, 듣는 사람들마다 여러 색깔에 비유하는걸 보니, 역시 음악은 만들어질 때 보다 만들어지고 나서 듣는 이들에 의해 그 의도가 좌우 되는 것 같다. 30년을 살았다. 그리고 또 서른 절반에 왔다. 딱 그만큼 절제되어있고, 진중하고 앞으로 편안해지고 싶은 느낌으로 이루어진 앨범이다.

Q. 앨범 ‘물감’ 그리고 문문을 무슨 색깔로 칠하고 싶은가.


문문은 보라색깔 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그렇지만 들어주시는 분들 또한 그렇게 말해주신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해본 적은 없다. 초록색이나 파란색을 좋아했다. 가끔은 핑크색도 좋아했다. 그런데 노래를 만들다 보니 더 빠져야 했다. 아픈 노래를 만들 땐 더 아파야했고, 그리운 노래를 만들 땐 더 그리워해야했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보라색이 나왔다. 보라색은 어중간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이든 그 끝까지 몰고 가게 만드는 색깔인 것 같다.

물론 이번 앨범은 회색톤을 상상하며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은 역시 보라색 이야기를 만들어주신다. 생각해보면 이야기나 멜로디를 떠나서 그런 것을 결정하는 건 내 목소리인 것 같다. 나는 보라색 목소리를 가졌나보다.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디자인=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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