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려 할까?

김미경 2017. 6. 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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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땐 실업 · 에너지 비용 증가 우려" 탈퇴 강행
미 민주당 - 공화당 기후정책 견해차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등 잇단 해제
녹색기후기금 지원 약속도 철회키로
여론조사 응답자 46% '탈퇴 반대'
"협정 불이행 수준 그칠 것" 전망도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이날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자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합의해 마련한 협정입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파리 협정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95개 당사국이 모두 감축 목표를 지키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시사했지만 지난달 말 열린 G7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이 파리협정을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점을 고려하면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음달 초에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어떻게 논의될 지도 주목해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내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파리협정을 지지했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업적 뒤집기'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미국은 기후변화 정책에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이 뿌리 깊은 견해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미국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상원의 비준서를 기탁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당사국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강력한 국제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1997년 7월 미국 상원은 브라질·중국·인도·멕시코·한국 등 주요 개도국이 포함되지 않는 국제협약의 비준을 반대하는 바이드-하겔 결의안 (Byrd-Hagel Resolution)을 통과시켰습니다. 주요 개도국을 포함하지 않는 국제협정에 미국이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갖게 되면 실업, 무역불이익,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을 초래해 경제에 해가 될 것이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2001년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를 반 대한다는 입장을 국내외에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의 불참으로 인해 러시아·일본·캐나다 등도 교토의정서에 탈퇴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할 새로운 조약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오랜 협상 끝에 2015년 말 파리협정이 체결됐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2016년 파리협정 당사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등을 해제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해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환경보호청 예산을 올해 대비 31%(26억 달러) 감축하는 것과 냉장고·텔레비전·컴퓨터 등의 에너지효율 표시제도인 에너지 스타 (Energy Star) 등 50개 이상의 환경보호청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G20정상회담에서 향후 4년간 30억 달러를 녹색기후기금(GCF)에 지원하기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중 GCF에 1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와 함께 GCF 지원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이 비록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파리협정은 당사국이 협정 발효 3년 이후 서면으로 탈퇴를 통고할 수 있고, 탈퇴통고를 접수한 날로부터 최소 1년이 지난 후에 탈퇴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의 서면 통보를 할 수 있는 시점은 2019년 11월4일 이후입니다. 탈퇴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은 빨라야 2020년 11월4일이 됩니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 예정일이 2020년 11월3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미국 대선에서 파리협정 탈퇴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학 미국여론조사센터(NORC)의 공동 여론조사(6월8∼11일·1068명 대상)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정부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에 대해 응답자의 46%는 반대, 29%는 지지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후 1억명 이상의 미국인과 6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경제주체들이 파리협정 준수를 지지하는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고 하면 규정상 자동으로 파리협정도 탈퇴하게 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탈퇴는 빠르면 탈퇴 통고 후 1년 후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파리협정과 달리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상원의 승인절차를 거쳐 체결됐기 때문에 탈퇴도 상원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정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을 공식적으로 탈퇴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단순히 파리협정 불이행 노선을 걷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도움말=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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