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학회, "신용카드 정책 시장원리에 맡겨야"
반면 카드업계 연간 수익 3500억원 정도 감소·소비자 혜택 축소

문재인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두고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세미나에서 '신정부의 신용카드 정책방향'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건희 경기대 교수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5억원 이하로 확대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가맹점수의 87%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며 "이는 당초 예외적으로 일정한 가맹점을 우대하기 위한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카드업계의 연간 수익은 약 35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영세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을 현행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 중소 가맹점은 3억원으로 5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영세가맹점은 0.8%, 중소가맹점은 1.3%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전체 260만 가맹점 중 매출 2억~3억원의 19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이 1.3%에서 0.8%로, 3억~5억원인 25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은 2.5%에서 1.3%로 내려간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카드사들의 수익감소분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환 경기대 교수는 "결국 카드사는 한정된 재원하에서 손실만회를 위해 회원 혜택을 축소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후생 및 소비감소, 가맹점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미 일부 카드사들은 혜택 축소에 돌입했다. 현대카드가 다음달 1일부터 포인트·마일리지·캐시백 적립 및 할인 보장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고, KB국민카드는 쇼핑특화 카드인 '굿쇼핑카드'의 전월 실적에 따른 할인 금액을 줄였다. 하나카드는 '클럽SK카드'의 전월 실적에 따른 혜택을 대폭 줄였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국내 카드시장은 카드회원들의 혜택이 가맹점의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면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가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오히려 카드시장참여자들의 갈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은 "카드 가맹점수수료의 갈등의 본질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는 신용카드의 지급결제시스템 비용을 카드생태계의 구성원 중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인식이 고려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보다는 수수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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