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화제의 '쏘나타'..관용차의 이모저모 알아보니
[경향신문]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의 관용차가 세간의 화제입니다. 전임 윤병세 장관은 배기량 3800cc 급의 에쿠스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강 장관은 배기량 2000cc의 하이브리드 소나타를 관용차로 선택했습니다. 강 장관이 소박한(?) 관용차를 쓰기로 하면서 외교부 관용차들이 줄줄이 차고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장관이 2000cc급의 관용차를 타기로 한 이상 차관들이 쓰던 K9이나 본부장급이 타던 체어맨 승용차도 교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관용차 등급이 내려가면 말단 직원들은 자전거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옵니다.

관용차 등급이나 배기량 기준이 따로 있을까요? 현재 직급에 따른 관용차 등급·배기량 법적 제한은 없습니다. 현행 행정자치부 관용차량 관리규정은 관용차 배정 대수나 종류, 배기량 등을 해당 기관 자율에 맡겨 놓고 있습니다. 2006년 정부가 행정기관 관용차 배기량의 상한선을 직급별로 제한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규제 완화’를 이유로 다시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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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외교부 관용차들은 신임 장관의 새 관용차에 맞춰 왜 다이어트(?)를 하게 될 거라는 걸까요? 법적 제한은 사라졌지만 관례 서열(?)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국방부의 경우 대장은 에쿠스(3300㏄), 중장은 체어맨(2800㏄), 소장은 그랜저(2400㏄), 준장은 K5(2000㏄) 검찰은 총장이 에쿠스, 대검 차장 체어맨, 차관급 부장 검사는 그랜저, 같은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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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적 제한이 사라지면서 관용차 등급 인플레가 일어나긴 했습니다. 법적 제한 폐지 이후 이명박 정부 때 관용차들이 점점 대형화 고급화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공용차량의 대형화를 자율적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당시 행정안전부가 장관급은 3300cc, 차관급 2800cc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임명한 장관 45명의 관용차량 50대(교체 포함) 가운데 40대가 3778~3800cc급 에쿠스였다고 합니다. 80%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거죠.
차관급들도 비슷했는데요. 청장은 대부분 차관급 공무원인데, 박근혜 정부 기간(2013~2017) 동안 청장직을 맡은 인물 35명이 이용했던 관용차 30대 중 절반에 가까운 13대가 3200cc급 체어맨이었습니다.
차관급 관리들이 장관급 관용차를 이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2013년부터 올해 퇴임 직전까지 3778cc급 에쿠스를 탔고, 제정부 전 법제처장은 취임 직후 3400cc급 에쿠스를 받았지만 2014년 11월 24일 3700cc급 에쿠스로 관용차량을 교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승희 전 식품의약안전처장은 2015년 취임 뒤 정승 전 처장이 타던 2799cc급 체어맨을 3778cc급 에쿠스로 바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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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차 운용의 자율성(?)에 따른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용도와 관련해서도 좀 애매한 구석이 생긴다는 건데요. 현행 행정자치부 공용차량 관리 규정에는 “각급 행정기관의 차량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며”라고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적 용도’에 대한 기준이 기관이나 자치단체 별로 조금씩 다른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출퇴근’ 만 해도 ‘사적 용도’로 볼 것이냐를 두고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른 경우가 생깁니다. 같은 소방서장 관용차도 어떤 곳은 조례 등으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어떤 곳은 이같은 규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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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는 군 지휘관들의 관용차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면서 골프장에 가는 경우에는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골프장 방문도 ‘사적용도’가 아닌 ‘공적용도’로 해석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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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를 핑계로 공직자의 배우자들이 관용차량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죠. 이 때문에 행자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인들이 관용차를 개인 용무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지자체에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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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용도’만 아니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황교안 전 총리의 관용차는 ‘공무상’ 역 플랫폼까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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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모든 관용차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기관장이나 공직자 개인을 위한 ‘전용’ 관용차가 아닌 ‘업무용’ 관용차의 경우, 사정이 좀 다릅니다. ‘업무용’ 관용차는 일반 직원들이 실무에 쓰는 관용차로 고속도로 순찰차나 주차단속용 차량, 순찰차 등도 ‘업무용’ 관용차에 해당됩니다. 기본적으로 관용차 관련 예산은 사용하는 기관에서 마련합니다. 때문에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기관의 경우 최소 수량마저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특히 재정 상황이 천차만별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특히 사용 연한에서도 관용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곧잘 나타납니다. 행자부의 관용차량 관리규정에는 전용의 경우 등록일로부터 5년, 업무용의 경우 6년을 최단운행기준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기간 기준은 7년, 운행거리 기준은 12만km’ 정도의 관용차 관리규칙을 따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용 관용차의 경우 지나치게 자주 차량을 교체해 입길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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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반 직원들이 실무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관용차의 경우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용 연한을 넘기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소방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뭔가 거꾸로인 듯한 느낌입니다. ‘전용’이 낡으면 기관장 한사람만 불편하지만, ‘업무용’이 낡으면 시민들이 불편해질텐데요. 관용차 다이어트, 필요해 보이네요. ’업무용’ 말고 ‘전용’ 말입니다. 그리고 자가용처럼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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