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 관습을 거부한 변화의 상징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오늘 소개해 드리는 그리은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입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라는 그림으로 마네는 모두에게 알려졌다. 마네가 특별히 아끼던 모델 빅토린 뫼랑이 마네의 동생·처남과 함께 앉아 있는데 뫼랑만 누드 상태라는 설정, 그리고 뒤편에서 옷을 걸치고는 있으나 거의 안 입은 것이나 다름없는 또 한 명의 여성은 모두가 신경도 안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어떤 꾸밈도 없이 몸을 드러내 보이고, 똑바로 보는 관객들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여성의 존재감 덕분에 이 그림이 받았던 비난은 지금 우리 시대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격렬했다. 이 그림은 19세기 후반 같은 시대의 복장을 하고 있는 두 남성과 함께 나란히 병치된 두 명의 여성이 누드라는 사실 때문에 일반 관객들에게 악평을 받았다. 전문가 그룹에게도 반감을 샀는데, 이는 이제까지 중요하게 지켜지던 그림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한 표현의 이상화, 균형 잡힌 원근법 등이 필수적이던 아카데미의 전통을 조롱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받는 자극은 워낙 다양하고 커서 이 정도의 그림에 격분하는 19세기 파리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상상과 짐작이 필요하죠. 이 그림이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예술을 잘 조화되고 전통에 충실한 세공품같이 여겼습니다. 약간의 변화를 인정한다고 해도 중심되는 내용이 바뀌어선 안됐죠. 그렇게 수백년을 지켜오던 전통에 이 그림은 마치 폭탄 같은 것이었습니다.
신화나 역사에서 가지고 온 것이 아닌 주제로, 원래 인물화를 그리던 전통적인 묘사법을 버리고 새롭게 그리면서, 원근법 등의 기초 이론조차 무시한 이 그림을 평론가들은 비난하고, 대중들이 그에 따릅니다. 소수의 신진 예술가와 작가들만 마네의 편에서 그의 도전을 옹호했습니다.
“마네가 자신의 그림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참조했던 라파엘로 동판화 등을 예로 들었을 때 조롱과 반감은 더 심해졌다. 사람들은 마네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도발한다고 생각했다. 주제의 선정부터 표현까지 음란하고 도발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마네는 과거의 대가들을 극복해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뒤이어 젊은 예술가들이 그를 따르면서 관습을 혁신적으로 타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굳어진다.”
마네는 늦게 데뷔한 화가였는데 특이하게도 명문가의 아들이어서 이미 많은 여행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죠. 그에게 전통은 생각 없이 따라가서 하라는 대로만 하는 무덤 같은 것이었고, 이제 회화 장르는 그림 자체의 매력이나 색감과 붓터치 그리고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이 필요했습니다. 그 신념을 위해 이렇게 과감한 작품을 들고 왔고, 그런 반응에 싸워야 됐죠.
“인물들 앞에 펼쳐진 정물화 같은 소품의 표현이 붓터치의 질감을 강조하거나 원근법이 고의로 파괴돼 그림이 평면적으로 보인다는 특징들이 이 그림이 전 시대와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사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아틀리에에서 그려진 것이며, 마네의 뒤를 따라 전통에 도전한 인상주의자들처럼 야외에서의 광선과 대기의 효과에 집중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확고한 도전 정신이 오늘날 그를 ‘최초의 근대주의자’라고 불리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변화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들은 항상 우리에게 시대를 읽을 기회를 줍니다. 그림 자체만 얘기하면 현대인의 눈에는 밋밋하게 보이지만, 이 그림에 충격을 받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충격적인 반응을 통해 우리는 예술의 지위와 그것이 변화하고 확대돼 가는 새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런 작품을 남긴 사람들을 ‘대가’라고 부르는 것이고요.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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